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미국·대만 정부 관계자를 인용, "미국 정부는 지난 1년동안 대만 정부에 TSMC의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판매를 제한해 달라고 거듭 요청해 왔다"고 전했다.
또 미국 측은 대만에 대(對)중국 기술수출에 대한 규제 역시 강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미국 정부 관계자는 워싱턴DC에서 대만 외교관들을 만나 "TSMC가 만드는 화웨이용 반도체가 대만을 겨냥한 중국 미사일에 사용된다"고도 언급했다.
FT는 이를 화웨이에 대한 수출금지 조치의 허점을 메우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으로 봤다. 중국이 기술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막고, 미국은 국방 부문에서 안전한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우리에겐 중국으로부터 직접적인 군사 위협을 받고 있는 파트너(대만)가 있다"며 "그들은 중국의 군사적 야망에 필요한 특정 기술을 생산하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정부의 화웨이 수출금지 조치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TSMC에 대한 미국의 조치가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TSMC 매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로, 이 가운데 화웨이가 약 절반을 차지한다.
대만 정부도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알렉스 후앙 총통실 대변인은 "대만의 기술 산업은 국제 규칙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으며,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다른 국가들이 화웨이를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에서 배제하도록 하는 캠페인 부분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워싱턴이 대만의 행동을 강요하는 데에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대만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TSMC에게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도록 강요한다면 주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 보안자문 회사인 비콘 글로벌 스트레이지는 미국의 이 같은 압박은 대만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에릭 세이어스 부사장은 "미국 정부는 대만과 한국, 일본 등이 중국에 수출하는 반도체가 중국의 기술 발전, 5G 통신, 군사기술 등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조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수출제한 목록에 올리고 정부의 승인 없이 미국 기업들이 제품을 판매·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미국 국내 기업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같은 달 20일 통신 네트워크 유지 및 소프트웨어 갱신 관련 판매는 90일간 한시적으로 임시 일반면허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이후 상무부는 유예 기간이 만료된 8월 19일, 다시 유예조치를 11월 18일까지 90일 연장하면서도, 화웨이 계열사 46곳을 수출제한 명단에 추가했다. 이로써 거래제한 목록에 오른 화웨이 관련사는 100곳 이상으로 늘었다.

[사진=소후망 캡쳐]
한편 TSMC는 이날 미국의 요청을 받으면 미국 국방부용 반도체 제조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TSMC는 비용 경쟁력을 기반으로 세계 주요기업에서 반도체 제조를 위탁받고 있다.
이날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류더인(劉德音) TSMC 회장은 전날 북부 신주(新竹)에서 열린 그룹 운동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국방부에서 관련 문의가 있었다"며 "요청을 받을 경우 반도체 개발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미·중 첨단기술 패권다툼이 격화하는 가운데 TSMC가 군사용으로 쓰일 미국 국방부용 반도체 제조를 맡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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