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거공사가 한창인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6일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 발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지 분위기 또한 대체로 담담했다. 다만 풍선효과와 양극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관망세가 짙어질 전망이다.
정부의 상한제 발표 직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현재 아파트 가격은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시세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상한제 시행으로 재건축 가격이 내려가면 신축만 가격 강세를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며 "가격이 일정 부분 하락할 수는 있겠지만 거래량도 같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유동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상한제가 적용된 지역은 사업에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와 주공4단지, 강동구 둔촌 주공, 서초구 신반포15차 등은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 내년 4월 전까지 일반분양을 마칠 계획이다.
특히 둔촌동 주공아파트는 단일 재건축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건립 가구수가 1만2032가구, 조합원 물량과 임대주택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이 4787가구에 달한다. 내년 2월께 일반분양에 들어가 상한제를 최대한 피해간다는 방침이다.
둔촌동 인근 한 중개업소 사장은 "상한제를 피해가지 못하면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 후분양이나 통매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가격은 저렴해지겠지만 그만큼 청약경쟁이 더 치열할 것이고, 인근 고덕과 형평성도 맞지 않아 강동구 발전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 지역에선 상한제 핀셋 지정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고덕동 대신 길동이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된 게 대표적이다.
강동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강동에선 재건축 이슈로 강세를 보이던 고덕·명일·암사동이 빠지고 애꿎은 길동이 분양가 상한제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이 일대 재건축을 앞둔 단지들이 패닉이 빠졌다"며 "길동은 30~40년 된 아파트가 즐비해 강동구에서도 가장 낙후된 동네인데 상한제 대상으로 선정돼 매우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에 2~3건 꾸준히 오던 매수문의도 오늘은 뚝 끊겼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예상대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정될 지역이 지정됐지만, 일부를 누른 데 따른 풍선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수요자 입장에서는 보다 저렴하게 분양받을 기회가 생겼지만, 같은 구 내에서 형평성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정비사업 단지들 중에서도 내년 4월까지 입주자 모집공고가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지영 R&C연구소장도 "지정되지 않은 옆 동 집값이 상승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지만 한정적이고 장기적으로는 정비사업 추진 속도를 늦춰 공급 부족을 낳고, 결국 다시 집값 상승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청약시장에서의 양극화 문제도 빼놓지 않았다.
양 소장은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한 지정 지역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지정 지역은 정부가 유망한 지역으로 꼽는 것과 다름없기 떄문에 청약이 쏠리는 반면, 지정되지 않은 지역은 외면받아 미분양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수요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져 비(非)인기지역, 나홀로 아파트 등 입지 경쟁력이 떨어지는 아파트는 청약 경쟁률이 오히려 낮아지는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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