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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수업하니 선생님과 소통 더 잘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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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민 기자
입력 2019-11-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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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으로 인근 학교 학생과 함께 수업

  • 학생·학부모·교사 모두 만족…기술적 결함 극복해야

“자, 다들 들어온 거 같네요. 수업 시작할게요. 오늘은 뇌가 어떻게 기억을 하는지 기억의 원리에 대해 배워볼 거예요. 이 그림 보이죠? 세 명씩 조를 나눠서 토론해봅시다.”

어스름이 내린 18일 저녁. 충남 당진고등학교 신영란 국어 교사가 학교 기숙사의 빈 스튜디오에서 수업을 시작했다. 신 교사가 칠판에 판서하면 움직임을 감지해 작동하는 카메라가 신 교사와 칠판을 화면에 담았다. 신 교사의 컴퓨터 모니터에는 서로 다른 8개 학교에서 수강 신청한 14명의 학생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선생님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신 교사가 마우스를 몇 번 클릭하자 학생 3명씩 조로 나뉘었다. 신 교사가 수업 자료로 올린 그림을 보며 학생들은 재잘재잘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18일 신영란 당진고 국어교사가 '심리학'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으로 인근 학교 학생과 함께 수업해
온라인 수업은 기자의 상상보다 훨씬 더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이날 수업을 들은 학생은 공주 한일고, 아산 배방고 등 충남 권역의 9개 학교에 재학 중이다. 14명 중 당진고 학생은 3명뿐이었다.

5년 전 혁신학교로 지정된 당진고는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올해 11과목의 온라인 수업을 개설했다. 학생이 미래에 선택하고 싶은 전공을 미리 들어보는 수업으로 ‘심리학’과 ‘교육학’, 심도 있는 교양 수업으로는 ‘세계문제와 미래사회’, ‘생태와 환경’, 심화 수업으로 ‘전기회로’, ‘논술’ 등이 있다.

대다수 교사는 온라인 수업에 거부감이 큰 편이다. 본교 학생에게 하는 수업을 공개하는 것도 부담인데, 다른 학교 학생에게까지 온라인으로 실시간 강의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김도경 당진고 교무부장은 이런 생각이 선입견이었음을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면서 깨달았다.

김 교무부장은 “잘 될 거라는 기대 없이 고급물리 과정을 일단 개설했는데 정말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들어왔다”며 “수업에 관심이 없어 별 생각 없이 자리에 앉아 있는 아이들과 다른 태도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강좌가 개설되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입소문이 돌자 당장 10여명의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하겠다고 신청했다. 컴퓨터 전공, 금속공예 전공 등 다양한 전공 교사들이 용기를 냈고, 이는 다양한 과목 개설로 이어졌다. 이날 온라인 수업을 시연한 신 교사 역시 국어 담당이지만 대학에서 교육심리학을 전공했다.

온라인 수업은 정규 수업은 아니지만, 교과수업으로 인정된다. 한 학기에 한 번 현장 수업에서 시험도 치른다. 성적이 등급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학업 성취도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된다.
 

신 교사의 모니터 화면. 온라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조별로 토론을 하고 있다.

◇학생·학부모·교사 모두 만족…기술적 결함 극복해야
작년에 ‘국제관계와 국제기구’를 수강한 당진고 3학년 김수경 학생은 온라인 수업 예찬론자다. 김수경 학생은 “온라인이라 오히려 질문도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프로그램이 잘 돼 있어서 발언권도 주어지고 토론도 온라인으로 가능했다”며 “학교 교과 과정에서 배울 수 없는 과정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논술 과목을 수강한 2학년 배유미 학생도 만족도가 높다. 배유미 학생은 “수행평가에서 논술이 꼭 필요한데 논술을 학교 정규수업 과정에 편성하지는 않는다”며 “노트북만 있으면 되는 온라인 수업이다 보니 궁금한 점 있으면 바로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있고, 수기가 아닌 타자로 글을 쓰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당진고 2학년생 학부모 김진아씨는 “부모 입장에서 온라인 수업은 정말 좋다”며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에 가야 한다거나 하는 시공간적 제약이 있는데 온라인은 컴퓨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어 아이들도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당진고 학부모운영위원장인 황규찬씨 역시 "부모 입장에서는 사교육비를 절감하면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게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불안정한 통신망과 다양하지 않은 과목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배유미 학생은 “교실 네트워크에 문제가 생기면 수업에 들어갈 수 없어 랜선을 찾아 빈 교실을 헤맨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수경 학생은 “기존 학교 교육과정보다는 다양하지만, 학생의 수요가 모두 똑같지는 않다”며 “더 다양한 수업을 개설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오는 2024년까지 8000억원을 투입해 공간혁신사업은 물론 전 교실에 무선망 설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과목 개설을 위해 교원 확충은 필요하지만, 학령인구 급감 시대에 교원 수급 확대는 민감한 문제다. 김 교무부장은 “지금 학교는 교장-교감-수석교사-평교사 체제지만 온라인 수업이 확산하면 한 교사가 3~4과목을 담당하게 될 수도 있다”며 “수업 전담 교사 제도를 법적으로 만들어준다면 교사가 행정업무에서 벗어나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당진고 학생이 온라인 수업 도중 조별 토론을 하고 있다.

◇소규모 학교 많고 거리 먼 지역에 효과적
충남교육청은 지역 특성상 소규모 학교가 많고 학교 간 거리도 멀다. 이를 극복하고자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17년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포털 프로그램 ‘교실온닷’을 구축하고, 시·도 교육청이 지역 여건에 맞게 온라인 수업을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첫해 6개 교육청, 지난해 11개 교육청이 참여했다가 올해부터는 17개 교육청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올해 2학기 기준으로 전국에서 154개 온라인 수업이 개설됐고 1927명 학생이 수강 중이다.

신익현 충남교육청 부교육감은 “학생 한 명도 놓치지 않으려는 당진고 교사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200%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며 “이 열정이 다른 학교로 급속히 전파되면 2025년에는 충남 지역 77개 일반고 모두 이런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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