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에 美 안도..."한·미, 한·일 관계 경색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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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11-2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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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지소미아 '갱신'으로 못 박으며 한·미·일 안보 협력 강조

  • 中 "지소미아로 제3국 이익 훼손 안 돼"...우회적 반대

  • "지소미아 연장으로 한·미, 한·일 관계 추가 경색 막아"

  • "美 중재·압박 주효"..."한·미 동맹 이미 손상" 주장도

  • "한·일 갈등 요인 그대로...'공 받은' 日 대응이 관건"

한국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결정에 주변국도 큰 관심을 보였다.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일 안보 동맹의 균열을 우려하던 미국은 안도하면서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지소미아 종료를 내심 기대하던 중국은 말을 아꼈으나 실망한 기색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미국의 압박과 중재가 통한 결과로 보는 한편,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경색됐던 한·미,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았다. 

◆지소미아 연장에 미국 '환영'...중국 '실망'

그간 지소미아 종료를 막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총력전을 펼쳐온 미국은 이번 결정에 즉각 환영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낸 논평을 통해 "(지소미아의) '갱신(renew)'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이번 결정은 같은 생각을 가진 동맹이 양자 간 갈등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라고 밝혔다.

주목할 것은 미국 국무부가 논평에서 지소미아의 효력을 언제든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조건부 연장'하기로 한 한국 정부의 결정을 '갱신'으로 못박았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연장을 공개적으로 압박해온 미국 정부가 사실상 갱신으로 못 박으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의회도 지소미아 연장이 한·미 동맹에 도움이 되는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밥 메넨데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같은 날 트위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은 우리의 동맹과 양국 간 협력에 이득이 될 현명하고 분별력 있는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지소미아 문제를 한·일 갈등이 아니라 철저히 안보 문제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지소미아를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의 토대로 인식하는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가 안보 협력을 약화시켜 결국 중국과 북한을 돕고,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도 훼손시킬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내심 지소미아 종료를 기대하던 중국은 협정이 연장돼 제3국의 이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을 갖고 "다른 나라와 군사 협력을 실시하거나 종료하는 것은 주권 국가의 권리"라면서도 "이 협정이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하는 군사협력으로 발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2016년 11월 지소미아가 처음 체결될 때도 이 협정이 한·미·일 3각 군사동맹으로 이어져 동북아시아에 불안 요소가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의 성명은 제3국인 역내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지소미아에 대한 반대 의사를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히나타-야마구치 료 부산대 초빙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이번 결정은 한·미·일이 협력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중국을 불쾌하게 하는 선언"이라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분명 불편할 것이다. 이들은 미국 동맹 네트워크 약화에서 전략적 이득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입김 작용"..."한·미 동맹 이미 손상" 지적도

주요 외신은 지소미아 종료 6시간을 앞두고 나온 한국의 조건부 연장 결정을 신속 보도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을 두고 미국의 막판 압박과 설득이 통한 것으로 분석하는 한편 앞으로 한·미,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에 주목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과 일본이 막판 지소미아 종료를 되돌렸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역내 안보 네트워크에 타격을 입히는 것을 막으라는 압력을 가한 뒤 나온 결정"이라고 전했다. 다른 미국 언론들 역시 미국의 강력한 로비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미국이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번복을 이끌어내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까지 거론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야케 구니히코 캐논글로벌전략연구소 연구주간은 NHK에 "한국 정부는 사실상 일본이 아닌 미국에 대한 배려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8월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뒤 한·미 간 신뢰가 이미 손상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리처드 아미티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는 워싱턴포스트(WP)에 낸 '66년간 이어진 한·미 동맹이 깊은 곤경에 빠졌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연기는 현명한 결정이지만, 한·미 관계의 신뢰도가 이미 손상을 입었다"면서 "한국은 소중한 합의를 지렛대로 사용해 미국을 한·일 간 경제·역사 분쟁에 개입하도록 강제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5배 증액까지 요구하면 한·미 간 마찰이 가중될 뿐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일 갈등 그대로...'공 받은' 日 대응이 관건"

한·일 관계를 바라보는 불안의 시선은 여전했다. 이번 결정이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로 급격히 악화한 한·일 관계가 개선되는 신호로 볼 수 있지만, 역사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오랜 분쟁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니얼 스나이더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번 결정이 "한·일 양국 모두 '절벽을 향하고 있으며 절벽에서 뛰어내리면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근본적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양국의 정치력과 리더십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두연 국제위기그룹(ICG)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결정이 '조건부'인 만큼 한국 입장에서는 공을 일본에 넘긴 것"이라면서 일본의 대응에 따라 양국 관계가 다시 급속히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구니히코 연구주간은 "지소미아의 종료는 정보교환이라는 실무적인 면보다도 한·일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피해가 크다"며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중장기적으로 문제가 반드시 불거질 테니, 종료 정지 결정이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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