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완의 '기사'식당] 직장인 허언 '유튜브나 할까?'...그래서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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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0-06-2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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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튜브 시작부터 '장비' 고민? 우린 스마트폰이 있다

  • 당신이 주변 시선에 아랑곳 않는다면 절반은 성공

  • 직장인 10명 중 6명 이상 "유튜브 도전 의향 있다"

직장인 2대 허언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편집자 주] 어서 오세요. 기사(記事)식당입니다. 얼굴 모르는 이들이 흘리는 땀 냄새와 사람 사는 구수한 냄새가 담긴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세상엔 믿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장사꾼의 '밑지고 장사한다'는 말과 노인의 '얼른 죽어야지'라는 말이다. 그리고 2020년 하나를 더 추가해본다. 직장인들의 "나 유튜브나 해볼까". 브이로그(자신의 일상을 촬영해 만든 영상 콘텐츠)와 같은 일상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유튜브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직장인 허언 중 하나다.

도화선은 여섯 살 꼬마아이였다. 지난해 7월 유튜브 채널 '보람튜브'의 주인공인 보람 양의 가족회사는 서울 강남에 있는 5층 건물을 샀다. 매입가는 95억 원. 일반 직장인 월급으로 상상할 수 없는 가격에 일할 맛 나지 않는다는 푸념 섞인 댓글이 기사 밑에 달렸다.

지난해 10월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성인남녀 35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3%(2233명)가 유튜버에 도전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20대(70.7%)가 가장 적극적으로 유튜버 진출 의사를 밝혔고, '경제의 허리'로 꼽히는 30·40대도 각각 60.1%, 45.3%가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채널 '재테크 하마'를 운영하고 있는 최모(31)씨에게 1인 방송은 '투자'다. 최씨는 "초기 자본 없이 내 시간을 조금 투자하면 큰 수익은 아니더라도 용돈벌이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자도 직장인답게 유튜브에 도전해보자고 생각했다. 경력이라고는 대학생 당시 공공기관에서 일하면서 영상을 만든 경험 한 줄이 전부였다.
 
 

기자(왼쪽)는 대학생 당시 영상 관련 대외활동을 했다. 지난 2015년에는 미니유ASMR(구독자 52만명)로 알려진 유튜버 유민정 씨를 만나기도 했다. [사진=홍승완 기자]

 
◆우리 모두는 촬영 장비를 가지고 있다?

유튜브 시작을 고민하는 이들의 첫 번째 과제는 '장비'다. 하지만 우리는 반경 1미터 내에 이미 장비를 갖추고 있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보급형 스마트폰만 하더라도 1080P HD 동영상 촬영이 기본 기능으로 탑재돼 브이로그 제작에 손색이 없다.
 

지난 9일 개인 유튜브 채널에 '남의 일기장'이라는 제목으로 일상 브이로그 영상을 올렸다. [사진=홍승완 기자]


유튜브를 시작하려는 자 '시선'의 무게를 버텨야 한다. 기자는 출근길 브이로그를 위해 서울지하철 3호선 안에서 녹화 버튼을 눌렀다. 동호대교를 건너며 보이는 한강과 읽고 있는 책 등을 번갈아 가며 찍었다. 화면이 흔들리지 않으려 굳게 다문 입과 온 신경이 쏠린 양손으로 스마트폰을 지탱하고 있는 한 남자. 지하철에서 눈총을 사기에 충분 조건이다. 일정과 장소에 대한 설명을 할 때는 허공에 대고 혼잣말도 했다.

키보드를 두들기고, 점심을 먹고 다시 업무로 복귀. 이런 것들이 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 답은 '될 수 있다'. 최근 직장 생활을 공개하는 직장인 브이로그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범위도 중소기업부터 대기업, 공공기관까지 다양해지는 추세다. 직장인 브이로그는 구직자에겐 직업 간접 체험 기회이자, 현직자들에겐 공감대 형성의 장이다.
 
 

유튜브 채널 '초보트럭커' 영상 캡처. 트럭 기사가 일하는 모습을 담은 이 영상은 25일 기준 65만 회 재생됐다. [사진=유튜브 채널 '초보트럭커']


직업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조수석에 카메라를 매달아 운전하는 모습을 찍는 트럭 기사(유튜브 채널 '초보트럭커')도 있다. 음향은 깜빡이 소리와 차량 모터소리, 영상은 달리는 고속도로 풍경이 대부분이지만 이 영상은 22일 기준 65만 회 재생됐다. 이날 기자도 키보드를 두들기거나 밥을 먹는 일상적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영상마다 처방전 내놓는 유튜브

첫 브이로그 영상의 성적표는 수우미양가 중 '가'였다. 9일에 올린 영상의 조회수는 25일 기준 20회에 그쳤다. 하루에 한 명도 보지않은 셈이다.

하지만 바둑에서 '복기'가 필요하듯, 유튜브에서도 '분석'이 필요하다. 유튜브는 '분석' 기능을 통해 시청자들의 시청 지속 시간과 동영상 유입 경로 등을 보여준다. 유튜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유튜브 '내비게이션'이다. 재테크하마를 운영하는 최 씨는 "유튜브 '분석'을 보면 시청자들이 어떤 키워드를 통해 내 영상에 도달했는지를 알려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입이 많았던 키워드는 다음 영상 제목을 지을 때 활용한다"고 했다.
 

일상 브이로그 첫 영상의 평균 시청 지속 시간은 34초에 그쳤다. 영상은 총 1분 33초. 시청자는 절반도 보지 않고 '뒤로 가기'를 눌렀다. [사진=홍승완 기자]


기자가 올린 브이로그의 영상 분석을 보면 총 영상 1분 33초 중 평균 시청 지속 시간은 34초. 재생 바가 절반에 오기도 전에 시청자는 '뒤로 가기'를 누른 것이다. 그래프를 보더라도 영상이 뒤로 갈수록 '이탈'하는 시청자가 많음을 가리키고 있다. 유튜브는 기자에게 '뒷심 부족'이란 처방전을 내놓았다. 유튜브는 동영상 중반까지 시청자의 눈을 영상에 묶어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기자에게 숫자와 그래프로 말하고 있었다.

무작정 일상을 기록한다고 해서 '시청자'가 늘어날까. 구독자 35만 명을 지닌 유튜브 채널 '클래씨티비'의 클래씨는 채널 콘셉트가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 채널을 연 지 1년이 됐을 때, 구독자가 약 1900여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본인을 비롯해 타인도 관심을 가질 콘텐츠에 대해 고민한 끝에 '남성 전문 채널'로 바꾸자 한 달에 3만 명씩 구독자가 늘었다.

클래씨는 유튜브에 뛰어드는 직장인에게도 조언했다. 그는 "단지 회사 연봉과 복지가 마음에 안들어 퇴사를 한 뒤 유튜브를 전업으로 하는 것은 반대"라면서 "유튜브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전업 유튜버를 목표로 한다면, 유튜브 수익이 월급의 2~3배가 됐을 때 퇴사하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단 해보는 것이 완벽한 것보다 낫다(Done is better than perfect).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예비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소개한 페이스북의 모토다. 조금씩 시도하면서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이는 예비 유튜버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유튜브를 고민하는 직장인들이여, 작은 것부터 찍어서 올려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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