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 불지피고도 수도권 대형교회들 현장예배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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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요 기자
입력 2020-08-1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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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순복음교회 방역작업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코로나 집단감염의 진원지인 교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일부 대형교회가 감염 위험이 높은 현장예배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장예배 참석자가 수천 명에 이르는 이들 교회는 '정부가 공예배를 금지하지는 않았다'라며 당장 내일 열리는 수요 예배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1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는 지난 12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이날까지 관련 확진자가 300명을 넘어섰다. 국내 1차 코로나 대유행을 불러온 대구 신천지교회 사태 때보다 빠른 속도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방역당국의 자가격리 방침을 어기고 광복절 집회에 참석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코로나 재확산에 불씨를 지폈다. 사랑제일교회는 신도 수가 4000명에 달하며, 이들 중 절반 정도가 전국 16개 시도에 퍼져 있는 것으로 파악돼 2차 코로나 대유행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도 수가 56만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개신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방역당국이 파악한 확진자 수는 10여 명 정도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신천지 사태 때보다 더 큰 수도권 교회발(發) 코로나 대유행이 올 것으로 전망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태가 악화하자 신도 중 확진자가 나오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알려진 교회들은 현재 모든 예배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서울 영락교회는 교인인 고양시 141번 확진자가 사랑제일교회 교인과 접촉한 사실을 파악하고 모든 예배를 온라인 전환했다. 서울 중랑구 금란교회도 전날 교인 1명(중랑구 65번 확진자)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모든 공예배를 전면 온라인 전환했다.

그러나 일부 대형교회들은 성가대, 성경공부 등 소모임만 금지하고, 주중·주말에 정기적으로 열리는 공예배와 새벽 기도를 강행할 방침이다. 

공예배란 교회 구성원들이 시간과 장소를 정해 놓고 정기적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매주 주일 낮, 주일 밤, 수요일 밤에 세 번의 공예배를 드리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명일동에 위치한 A교회는 주일예배, 새벽기도회(1~4부), 수요기도회를 포함한 모든 공예배를 현장예배로 진행하고 있다. A교회는 이미 지난 2월 목사 등을 포함해 확진자가 여러 명 나온 바 있다. 

A교회 측은 "공예배에 대한 정부 지침이 나오지 않았다. 방역지침을 누구보다 잘 준수하고 있다"며 현장예배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위치한 B교회도 매주 수요일 오전 5시 대형홀에서 열리는 수요 새벽기도회를 예정대로 진행한다. B교회 예배에는 매회 4~5000명의 교인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교회 측은 "QR코드 입장 등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있다. 현장예배에 참석하는 교인 수도 5분의 1로 줄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위치한 C교회는 주일 1~5부 예배, 새벽기도, 주일저녁 찬양예배, 삼일기도 등 모든 공예배를 동일하게 현장예배와 온라인 예배로 병행한다. 소모임 제한에도 찬양 연습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C교회 측은 모임을 금지하기보다는 "찬양대는 현재 수준으로 마스크 착용 및 연습을 최소화 해달라"고 공지했다. C교회는 지난 2월 찬양대 소속 교인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C교회 관계자는 "정부 지침 상 공예배는 금지되지 않았다"며 "현재 (현장예배 취소)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기독교계 대표신문 국민일보는 이날 '수도권 대유행 위기...방역 비협조자 엄단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비과학적 사고의 위험성은 교회 신자에서 끝나지 않고 전 국민에게 미친다는 점을 망각하고 있다"며 "정부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절대 다수 교회의 노력이 평가절하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교회발 코로나 재확산에 대해 "이웃과 사회가 코로나 위험에 빠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동선과 대중의 보호를 외면하는 특권이 자칭 종교지도자에게 주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하며 "종교의 지상과제는 이웃에 대한 사랑과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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