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증거들...박삼구를 고발할 이유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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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08-2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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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320억원 과징금 부과에 법인·개인 고발

  • 금호아시아나그룹 "공정위 무리한 고발..적극 대응할 것"

모든 증거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향했다.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해 금호고속(구 금호홀딩스)을 부당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가 동반 부실에 빠질 위험도 있었다. 그런데도 모든 것은 그룹 차원에서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행위 금지명령과 총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박삼구 전 회장과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법인 고발도 결정했다.

통상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목적으로 진행되는 부당 내부거래는 증거 발견이 쉽지 않다. 그룹 차원에서 은밀하고 지능적으로 추진되기 때문이다.
 

정진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금호아시아나 계열회사들의 특수 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제공 및 부당지원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호아시나아그룹의 경우 박삼구 전 회장이 개입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넘쳤다. 공정위가 그를 검찰에 고발한 이유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동일인 박삼구가 기내식 업체와의 투자 협상에 직접 참석했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 관련 문건에 자필 서명도 했다"며 "또 기내식과 BW 거래의 주요 사항을 지속적으로 보고 받았고 전략경영실을 통해 차입금 조달 사실 등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BW발행 전제로 기내식 독점 계약..."별개의 계약일 뿐"
 이번 사건의 핵심은 두 가지다. 기내식 독점 공급 계약과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이 한 묶음으로 '일괄 거래'됐는지 여부와 계열사 단기 자금 대여다.

우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기내식 거래와 BW 인수는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 측은 "기내식 거래와 BW 거래의 각 거래 조건 협상은 독립적·개별적으로 진행됐다"며 "양 거래는 연계되거나 대가 관계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시각은 다르다. ​아시아나항공에 30년 동안 기내식을 독점 공급할 수 있는 권리를 게이트그룹 소속 게이트고메코리아(GGK)에 주는 대신 금호고속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받는 것이 계약의 핵심이라고 봤다.

정 국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기내식과 BW 인수의 인과 관계가 끊겨야 하니까 별개의 거래라고 주장하지만, 독점 기내식 거래를 전제로 BW 발행이 이뤄진 것이 맞다"고 말했다. 두 계약이 일괄계약이라는 뜻이다. 

이면계약서가 이를 방증한다. 아시아나항공과 게이트 그룹이 합작 투자 계약을 하고 기내식 공급 계약을 맺은 2016년 12월 본계약서와 별개로 작성한 사이드레터(이면계약·부속계약)가 확인됐다. 여기에는 BW 계약이 성립되지 않거나 해지되면 기내식 계약도 해지된다는 결부 조건이 달렸다.

이메일에서도 일괄 계약의 정황이 포착됐다. 그룹 전략경영실에서 해외 기내식 업체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면 BW 계약이 없으면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을 넘겨줄 의사가 없음을 적시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게이트 그룹이 투자를 결정하기 전 본사 이사회에 보고한 문건을 보면 기내식 공급과 BW 거래를 결부해서 보고한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했다.
 
기내식은 전략적 투자, 금호기업은 해당 없음
전략적 투자 여부도 쟁점 중 하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기내식과 BW 계약이 전략적 투자의 결과물이라는 입장이다. 그룹은 "금호고속에 대한 BW 투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로서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이뤄진 거래"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도 전략적 투자라는 점을 인정한다. 단,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업에 한해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내식 사업은 전략적 제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BW의 경우 금호기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나 거래 조건에 대한 검토는 없고 단순히 금호그룹이 요구한 상황을 받아주는 모습이 취해졌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사진=연합뉴스]
 

BW 금리도 비정상적이라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BW는 기본적으로 회사의 경영 상태가 극단적으로 좋지 않을 때 발행된다. 보통의 상황에서는 발행된 사채를 인수할 때 리스크 프리미엄 등을 고려해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

2017년 3~4월 시중은행의 월말 평균 당좌대출금리는 3.77~3.82%였다. 그런데 금호고속의 BW 금리는 0%가 적용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경우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런 측면에서 매우 이례적이고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공정위 무리한 고발...적극 대응"
기내식·BW 거래 논의가 지연되자 금호고속의 자금 사정이 악화했다.

이에 금호아시아나는 9개 계열회사를 동원해 2016년 8월부터 2017년 4월까지 45회에 걸쳐 총 1306억원을 1.5~4.5%의 저리로 금호고속에 무담보 신용 대여했다. 당시 정상금리는 3.49∼5.75%다. 이로 인해 7억2000만원 상당의 부당한 이익을 얻은 것으로 추산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금 대차 거래는 적정 금리 수준으로 이뤄졌고 짧은 기간에 자금을 차입한 후 상환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과는 관련이 없다"며 "동일인이나 그룹 차원의 지시· 관여에 따른 행위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공정위가 무리하게 고발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그룹은 "향후 공정위로부터 정식 의결서를 송달받으면 내용을 상세히 검토 후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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