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보건·방역 협력 제안에 묵묵부답하는 상황에서 새해에도 침묵을 이어갈지 미지수다.
북한은 오는 4~5일 제8차 당 대회를 개최할 것으로 유력하게 점쳐진다. 북한이 이번 당 대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해 최고 치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남북 보건·방역 협력 가능성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비관이 제기된다.
다만 북한이 이달 20일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가능성을 감안해 남측의 러브콜에 화답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침묵을 깨고 문재인 정부의 대화 재개 요구에 긍적적인 답신을 보낼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은 지난해 2월 코로나19 유행 직후 감염 방지를 명목으로 국경을 폐쇄해왔다. 감염병에 취약한 북한 내 의료 시스템을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북한은 또 지난해 여름 태풍 등에 따른 심각한 수해 피해에도 한국 등 주변국의 지원을 허용하지 않았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행보였다.
이와 함께 북한은 3일 현재까지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TO)도 지난해 12월 21일(현지시간) 발표한 아시아 지역 코로나19 상황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 같은 달 초까지 총 1만960명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지만, 확진자는 여전히 0명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믿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두 차례나 내놨지만, WHO가 북한 주장에 힘을 실은 것이다.
결국 북한이 4~5일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당 대회에서 지난해의 가장 큰 성과로 코로나19 방역을 내세울 것으로 보여 남북 간 보건·방역 협력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코로나19 대응을 포함한 남북한 간 보건·의료 협력 의지를 수차례 밝혀온 문재인 정부 구상에 차질이 빚어지는 셈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부터 북한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지원 의사를 거듭 표명해왔다.
정작 북한은 이 같은 남측의 러브콜에 내내 묵묵부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해 12월 강 장관의 발언에 '망언'이라고 칭하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 부부장은 특히 "우리(북한)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되어야 할 것"이라며 거센 엄포를 내놨다.
이에 남북 간 보건·방역 협력 가능성은 더욱 멀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북한이 이른 시일 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포석으로 남한과의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는 낙관도 존재한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곧 열릴 제8차 당 대회에서 북한이 남북 관계와 관련해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며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는 열병식 연설을 상기할 때 대화와 협력에 방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11일 개최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참석해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굳건하게 손 맞잡기를 기원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양 교수는 또 "곧장 연락채널을 복원하고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문서교환방식 또는 화상회의를 통한 남북대화를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며 "민족자주에 토대한 새로운 통일방안을 제시한 후 이를 위한 대화를 제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