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축년(辛丑年)을 맞이하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다. 오프라인 유통업이 확연한 전환점을 맞이했고, 이에 따른 자구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사실 백화점, 마트 등의 위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수년간 유통 시장의 전반적인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변화한 탓이다. 이미 오프라인 채널은 온라인 업계에 시장 주도권을 내주며, 영향력도 점진적으로 축소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오프라인 유통의 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이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다 가속화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수록 오프라인 시장의 실적은 떨어진 반면, 온라인 유통 시장은 끊임없는 성장가도를 달렸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 등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의 월평균 매출 변동률은 -3%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전자상거래·통신판매 신용카드 결제액은 10조29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1% 증가했는데,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면세점 등이 속한 종합 소매 항목은 7조1315억원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627억원 감소했다.
문제는 오프라인 채널이 앞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에는 업계를 둘러싼 악재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코로나 사태 진정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소비자들이 체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 부회장은 "유통 시장에서 온라인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프라인 채널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며 "이에 초점을 맞춰 오프라인 업계가 온라인과의 콘텐츠 결합을 시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기존 유통사들에는 오프라인 업체임에도 배송 경쟁력을 강화한 미국의 월마트가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월마트는 기존 영업 노하우에 온·오프라인 수요를 흡수하는 배송 시스템을 만들어 이커머스 공룡인 아마존에 대항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 시국에도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며 "분명 이커머스 시장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요소들이 있을 것이다. 차분히 이 부분들을 되짚고, 온·오프 수요에 맞게 재해석한 콘텐츠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오프라인 기업들이 갖고 있는 방대한 고객 빅데이터만 효율적으로 활용해도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며 "기존 오프라인 수익 모델을 모두 잊고 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 정보통신(IT) 등 4차 산업혁명 대비 콘텐츠를 마련해 온라인 시장에 대응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업태별로 고객을 체류시킬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가 필수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이 각자 대응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며 "일단 백화점은 부유층은 물론, 차세대 수요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20~30대 확보를 위해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있는 편집숍, 팝업 스토어 및 문화센터 등을 구축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대형마트는 자칫 주력 수요층이 이커머스 업계와 겹칠 우려가 있다. 이커머스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고, 나아가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코너를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며 "편의점은 출점 경쟁 문제만 제외한다면, 뛰어난 접근성을 토대로 지역 종합 스토어로 발돋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용구 교수도 "유통 시장도 사회적 트렌드에 편승해 소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백화점의 경우 명품, 고가 브랜드를 토대로 한 하이엔드 마케팅에 계속 주력하고, 라이브 방송이나 구독 경제 서비스 등 체험형 서비스를 특화해 나간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며 "마트는 점포가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활용, 쇼핑 공간에 물류센터 기능을 더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는 이커머스가 갖지 못한 경쟁력"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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