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구속] 뉴삼성 올스톱...‘승어부 기회 놓친 불효자는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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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1-01-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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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3조원 투자 예고한 ‘반도체 비전 2030’ 추진 불투명

  • 중장기 신규투자ㆍM&A도 막혀...뉴삼성 변신 답보

지난달 30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승어부(勝於父·아버지보다 나음)’를 언급했다.

그는 “우리 산업 생태계가 건강해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등 제 나름의 승어부에 다가가겠다”며 “최근 아버지를 여읜 아들로서 국격에 맞는 새 삼성을 만들어 너무나도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아버지께 효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18일 서울고법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승어부로 효도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날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삼성은 '총수 부재'라는 충격적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초격차는커녕 기본적인 투자를 할 시간마저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2021.1.18 [연합뉴스]


당장 이 부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반도체 비전 2030’은 올스톱될 위기다. 2019년 4월 이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비전을 발표하고 133조원의 투자 방안을 제시했다. 국내 R&D(연구개발)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각각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현재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 1위 아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인 만큼 앞으로 적극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2019년 10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에 13조원 투자 계획을 밝혔고, 이듬해 작년 5월에는 반도체 비전 2030의 일환으로 평택공장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생산라인과 평택공장 낸드 플래시 생산라인 구축에 각각 10조원, 8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올해 업무 첫날에는 평택2공장으로 향해 시스템반도체 1위를 향한 의지를 드러내는 한편 협력회사 대표들과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을 함께 하는 등 ‘상생 경영’에도 방점을 찍었다.

이보다 앞선 2018년 2월 석방 직후 이 부회장은 인공지능(AI), 5G, 바이오, 전장부품 등 4대 성장산업에 25조원을 비롯해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스마트폰과 반도체가 이건희 회장의 유산이었다면, 첨단 고사양 반도체와 이들 4대 성장산업은 이 부회장이 발굴한 삼성의 역점사업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재구속으로 인해 삼성은 새로운 역점사업을 추진할 기회를 잃게 됐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모습. 2021.1.18[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이번 파기환송심으로 사법 리스크 부담을 덜어낼 경우, 삼성이 보다 의욕적인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특히 지난 2017년 전장기업 하만(9조3000억원) 인수가 사실상 마지막 대형 M&A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올해 전장사업 파이를 키우기 위한 투자가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재구속되면서 중장기적인 투자와 M&A는 당분간 이뤄질 가능성이 낮아보인다. 또한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 등을 통해 준법감시위원회 실효성 담보, 무노조 경영 및 세습 경영 등을 중단하며 달라진 ‘뉴삼성’을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답보상태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덩치가 큰 글로벌 기업일수록 총수가 중장기적인 대형 투자나 M&A 결정에 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삼성의 경우 기존에 확정된 투자는 경영 로드맵에 따라 이뤄지겠지만 신규 대규모 투자와 M&A, 그에 수반되는 고용계획 등은 총수 결정이 중요한데, 이 부회장의 부재로 인해 이 부문은 올스톱 될 수밖에 없어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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