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韓정부 주도 시정' 日요구에 "피해자 문제 제기 막을 권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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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1-01-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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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모테기 외무상 "한국 정부 주도 시정 요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한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고 배춘희 할머니를 비롯해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23일 일본 정부가 위안부 배상 판결 확정 관련, 한국 정부에 시정을 요구한 데 대해 "피해 당사자들의 문제 제기를 막을 권리나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정부는 2015년 위안부 합의가 한·일 양국 정부 간의 공식 합의임을 인정한다"며 "동시에 피해 당사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정부간의 합의만으로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고 했다.

이어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일본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는 어떤 추가적인 청구도 하지 않을 방침"이라면서도 "피해 당사자들의 문제 제기를 막을 권리나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외교부는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과 상의하며 원만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지만, 일본 측 또한 스스로 표명했던 책임통감과 사죄·반성의 정신에 입각해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진정한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세계에서 유례없는 전시 여성의 인권 유린이자 보편적 인권 침해의 문제로서, 국제인권규범을 비롯한 국제법을 위반한 것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외교부는 "정부는 동 판결이 외교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한·일 양국 간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이 계속될 수 있도록 제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부연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이날 담화를 발표하고 일본 정부를 피고로 한 서울중앙지법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이 확정된 데 대해 한국 정부 주도의 시정을 요구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지난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에 대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하며 피고인 일본 정부에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국가면제'(주권면제) 원칙을 앞세워 소송 각하를 주장하면서 재판에 불응해왔다. 국가면제 원칙이란 주권 국가가 다른 나라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상을 가리킨다.

일본 정부는 또한 항소 시한인 지난 22일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23일 0시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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