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신속성과 유연성을 갖춘 IT를 활용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처럼 누구도 예상 못한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빨리 도입하는 게 중요하다. 예전처럼 적절한 때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이는 28일 현대자동차그룹 최고정보책임자(CIO)인 서정식 본부장이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모던워크서밋2021' 세션을 통해 지난 2019년부터 전사 업무 혁신을 목표로 시작한 '스마트 워크플레이스 프로젝트' 추진 경험을 소개하며 들려 준 조언이다.
현대차그룹은 일부 계열사에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툴 '팀즈'를 포함한 마이크로소프트365 생산성 솔루션과 기업용 디지털권한관리(DRM) 및 문서보안시스템을 도입했다. 2000명의 외주 개발자들이 지정된 장소가 아닌 밖에서 일할 수 있고, 임직원들도 말단 사원부터 경영진까지 팀즈로 화상회의와 소통을 한다. 직원들은 결재를 포함한 대부분의 업무를 인터넷으로 가상사설망(VPN)에 접속해 웹으로 수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환경을 다른 계열사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날 서 본부장은 유현경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부문장과 '현대자동차 사례로 보는 비즈니스 유연성을 위한 업무환경 이노베이션'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그는 유 부문장의 질문에 답하며 자동차산업 디지털전환의 중요성, 스마트 워크플레이스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역점을 둔 요소, 올해 중점 전략과 향후 계획을 제시했다. 서 본부장의 주요 발언을 정리했다.
현대차그룹이 속한 자동차업계에서 핵심기술은 IT가 아니라 '파워트레인'과 같은 기계공업 기술이었다. 금융, 통신, 유통 등 다른 산업은 10년간 디지털이 몰고 온 변화를 원하든, 원치 않든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혁신을 주도하거나 따라갔다면, 자동차산업은 그런 흐름에서 비켜 서 있는 격이었다. 최근 들어 이런 상황이 바뀌었다. 자동차가 전동화되고 네트워크 기능을 탑재해 중앙시스템과 통신을 하기 시작했다. 대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자동차의 유통방식마저 디지털 기반이 됐다. 특정 지역에선 20% 이상 구매자가 인터넷으로 차를 거래할 정도다.
서 본부장은 "늦게 시작된 변화일수록 그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며 "자동차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그 (가파른) 비탈에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과거 대기업들은 직원들이 노트북을 들고 나갈 때 보안에 문제가 될 것이라 여겨 전직원이 데스크톱을 쓰게 했고 현대차도 IT의 트랜스포메이션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회사였는데 최근 변화를 겪으면서 업계에선 비교적 앞서서 커넥티비티(네트워크 연결성 지원)를 도입했다"며 "이제 (클라우드 기반인 마이크로소프트 기술로 스마트워크를 구현하면서) 국내에서 가장 앞선 환경에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제 현대차그룹은 모바일 기기로 사무 업무뿐아니라 개발 업무까지 장소와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이는 코로나 확산이 벌어지기 불과 몇달 전인 지난 2019년 중반부터 추진된 스마트 워크플레이스 프로젝트의 결과였다. 프로젝트의 중점 요소는 모바일 환경 대응, 원격 근무 지원, IT인프라의 유연성·신속성, 세 가지였다.
서 본부장은 "외주업체 개발자 1500~2000명 정도가 관리 및 보안 때문에 우리가 제공하는 컴퓨터로 (폐쇄망에서) 개발했는데, 앞으로는 비대면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개발업체 직원들이 자기 사무실이나 집에서도 일할 수 있는 네트워크·보안 환경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했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불편하기도 했고 반발이 일기도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추진이 앞당겨졌다"면서 "이제 개발인력 60~80%는 '오프사이트'에서 일하고 있고, (내근직 개발자) 1000명 이상의 좌석이 비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연의 일치겠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일어나기 몇달 전부터 데스크톱 환경이 아니라 재택근무와 원격 사무실에서 일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여러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지난 2019년 여름부터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를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도입 과정에 팬데믹이 벌어졌고, 당초 2년간에 걸쳐 적용을 확대하려 했던 과정을 1년만에 하는 것으로 앞당겼다"면서 "이후 결재라든지 대부분의 일상 업무를 VPN이나 웹기반으로 수행하고,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재택근무나 모바일 방식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본부장은 또 "팬데믹으로 더욱 중요해진 것은 IT의 유연성과 신속성"이라며 "애플리케이션 개발 환경에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MSA)를 도입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세계 35개 생산공장에서 자동차 생산을 위한 인프라를 운영하며 수백개의 법인에서 생산 차량을 판매한다. 애플리케이션마다 공통된 요소가 많은데, 이를 최적화할 여지가 많다. 서 본부장은 "배포·운영 애플리케이션을 MSA로 만드는 것이 중요해진다"며 "주요 앱의 절반 이상을 2년 전부터 MSA로 개발하고 있다"며 "몇 년 뒤엔 MSA 아닌 애플리케이션을 찾기 힘들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워크플레이스 프로젝트를 구현하기 위한 마이크로소프트365, 팀즈, 애저 액티브 디렉토리 등 디지털권한관리 시스템 등을 활용하면서 보안의 관점과 정책도 뒤집었다. 일단 울타리를 치고 외부 접근을 차단했던 기존 방식 대신 외부 접근을 열어놓고 사용성을 높이면서 배후의 감시·통제를 적용하는 형태다. 서 본부장은 "클라우드와 무관하게 기업 IT보안의 메가트렌드가 '일단 못 나가게 하자'에서 '열어놓고 뒤에서 막자'로 바뀌고 있다"며 "극단적인 보안을 강요해 생길 손해보다 사용성을 높여 얻을 이익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현경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부문장은 "스마트워크와 보안 측면에 대한 인식과 방법 측면에서 현대차그룹의 변신은 업계에 놀라움과 반향을 주고 있다"면서 "디지털 혁신을 위한 변화의 주체는 기업이 기술이나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선 과제인데 변화를 주도하고자 하는 타 기업에 줄 수 있는 변화관리 측면의 조언이 있느냐"고 물었다.
서 본부장은 이에 "우리가 IT투자를 하거나 도입을 할 지 볼 때 과거부터 '적기 도입'이 중요하다고 얘기하곤 했고 나도 그렇게 일을 배웠다"면서 "너무 늦어 신기술을 못 쫓아가도 안 되고, 너무 일찍 도입하면 그 기술이 표준에서 배제되거나 성숙도가 떨어지고 장애 등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작년과 올해 (코로나 사태를) 겪어 보니 이제 적기 도입보다 선제 대응이 더 중요하더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제 대응으로 인한 미숙한 기술 등의 문제는 비용이 될 수 있지만 그보다 선제 대응하지 않아 발생될 사업기회 손실, 사용자의 불만, 직원의 생산성 저하가 훨씬 크고 그건 조직의 경영 우선순위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 되기 때문"이라며 "약간의 부정적 요소를 감수하더라도 선제적인 도입이 기회의 손실을 훨씬 줄일 수 있고, 관건은 그걸 어떻게 가장 효과적으로 할것이냐"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IT는 대부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도입 초기 비용이 엄청나게 들고 한 번 구축시 조금만 쓰다 버릴 수가 없었는데, 그 지점에 조금만 써 보고 아니다 싶으면 되돌릴 수 있는 클라우드와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의 가치가 있다"면서 "우리의 준비가 덜 됐든, 시기적으로 비용적으로 최적이 아니든, 클라우드의 유연성을 활용해 빠르게 다양한 시도를 해 보고 조직에 가장 큰 가치를 주는 기술이 있다면 그걸 도입해 집중 확산하면 된다, 이번 팬데믹을 통해 그런 학습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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