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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vs시민]①'총성' 울린 평화시위…군부, 첫 외국인 구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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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2-0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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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얀마 시민 수만명 쿠데타 항의 시위 참여

  • '샤프란 혁명' 후 최대…군부 발포 가능성도

  • '수치 고문 경제고문' 호주인 터넬 교수 구금

  • 호주, 미얀마 대사 초치…외교장관 우려 표명

  • 'NLD 의원 사살·수치 석방' 가짜뉴스 확산도

미얀마 최대 도시이자 옛 수도인 양곤에서 7일(현지시간) 거리를 가득 메운 시위대가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 현지 외신은 양곤에서 시민 수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2007년 불교 승려들이 주축이 된 '샤프론 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사진=AFP·연합뉴스]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사태가 점차 심화하고 있다. 군부의 권력 장악에 항의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이 비폭력 평화 시위가 이틀 연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시민 수만 명이 거리에 나와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의 석방을 촉구하며 군부 쿠데타에 반기를 들었다. 특히 군부가 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총성이 들려 사위대를 향한 군부의 발포 가능성도 나왔다. 

미얀마 최대 상업도시 양곤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우리는 군부독재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상징인 붉은 옷을 입고 빨간 풍선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위대는 ‘북을 쳐 악귀를 물리친다’는 미얀마 문화에 맞춰 자동차와 버스 경적을 울리며 반(反) 군부 운동에 나섰고, 권위주의에 도전하는 상징인 ‘세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양곤 중심 술래 파고다에 거의 10만명의 시위대가 모였다”면서 “2007년 샤프론 혁명 이후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2007년 미얀마의 승려들이 시민과 함께한 대규모 반 군사독재 시위를 ‘샤프란 혁명’이라 부른다.

시위에 나선 23세의 민 우(Myint Oo)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미얀마 민주주의에 관한 것”이라며 수치 고문과 윈 민 미얀마 대통령의 석방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내일 (거리에) 군인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두렵지 않다”며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계속 시위에 참여할 것이란 의지를 내비쳤다.

가디언은 로이터통신을 인용해 시위 행렬이 양곤뿐만 아니라 미얀마 중부의 만달레이, 남동부의 모울메인 해안 도시에서도 이어졌다고 전했다. 아울러 NLD 지역 의원들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 파야똔주에선 수백 명의 시위대가 경찰서 밖에서 밤새 시위에 나섰고, 다음 날 아침에는 민주화 찬성 노래를 불렀다고 덧붙였다.

정보통신기술(IT) 회사에서 근무 중이라는 한 시위 참가자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군부에 의해) 전체 서버가 중단됐다.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면서 “(군부의 쿠데타가 우리의 사업은 물론 기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미얀마인들은 (쿠데타) 이후에 일어날 일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미얀마 군부가 1988년과 2007년에 무력으로 시위대를 제압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다만 미얀마 역사학자 탄트 민 우(Thant Myint-U)는 “(미얀마 시민들의) 반 쿠데타 시위가 뜨거워지고 있다”면서 시위에 참여한 젊은 세대를 언급, 시민들의 승리에 기대를 걸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재 미얀마 사회는 1988년 심지어 2007년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오늘날의 젊은 세대에 대한 엄청난 믿음을 갖고 있다. 그들은 무엇이든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청년 시위대를 지지했다.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왼쪽)과 그의 경제자문인 숀 터넬 호주 맥쿼리 대학교수. [사진=숀 터넬 교수 트위터 캡처]

 
◆‘수치 경제자문’ 호주인도 구금…외교갈등 우려↑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외교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나온다. 미얀마 군부가 수치 고문의 경제자문역으로 활동했던 호주인을 구금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이유에서다. 

숀 터넬 호주 맥쿼리 대학교수는 최근 영국 BBC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의 구금 사실을 전하며 무슨 죄로 기소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호주 외교부는 미얀마 대사를 초치했다. 외신은 호주 외교부가 미얀마 군부가 호주인과 다른 외국인들을 임의로 구금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마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은 “우리는 경찰서에서 구금된 한 호주인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단 호주 정부는 터넬 교수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맥쿼리 대학 홈페이지는 터넬 교수에 대해 “경제학 부교수로 미얀마 정부의 수석 경제 고문직을 맡은 뒤 장기간 자리를 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터넬 교수는 미얀마 군부에 의해 구금된 첫 외국인이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미얀마 민주주의에 앞장선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정치인들이 군부에 의해 사라지고 있다는 소문이 미얀마 사회에 퍼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일각에서는 유명 NLD 지지자 여럿이 육군총장에게 목숨을 잃었다는 소문과 함께 수치 고문이 석방됐다는 소문도 퍼졌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현지 매체 등은 “수치 고문 석방 소식이 토요일 밤 양곤 주민들에게 기쁨을 안겨줬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면서 “가짜 뉴스는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전날 오후 군부가 앞서 차단했던 인터넷 접속을 허용한 것에 주목하기도 했다. 군부가 가짜 뉴스 확산을 위해 일부러 인터넷 접속을 차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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