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7일 신 수석의 사의 표명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민정수석실 내부 갈등 양상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고위급 4명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검찰과 법무부 사이 견해가 달랐고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면서 “그 과정에서 신 수석이 몇 차례 사의를 표시했고 그때마다 문 대통령이 만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신 수석은 (전날 국무회의를 포함해) 단 한 차례도 회의를 빠진 적이 없고 이날 오전 현안회의에도 참석했다”면서 “거취에는 변화가 없는 상태라고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 수석은 여전히 사의 표명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이른바 ‘추-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구원투수’로 등판한 신 수석이 오히려 ‘법-검 갈등 2라운드’로 불길이 옮겨 붙은 형국이 됐다.
靑 “申-朴 간 이견 있었고 文 재가했다…申 패싱은 아냐”
청와대 측의 설명을 토대로 사실 관계부터 짚어보면, 지난 7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전격적으로 단행한 검사장급 검찰 인사에서 법무부와 청와대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가 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어떤 이견이었는지에 대한 추측들은 많지만 문 대통령은 사실상 법무부의 입장이 반영된 인사안을 재가했다. 신 수석이 불과 한 달 반 만에 사의를 표명한 데는 박 장관의 인사가 자신과의 협의를 배제한 채 진행됐다는 것이다. ‘협의’이 의미가 검찰 인사의 ‘시기’를 말하는 것인지, ‘인물’에 대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불분명하다.
박 장관은 자신의 취임 후 첫 인사를 일요일에 단행했다. 인물에 대해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유임이나 한동훈 검사장의 일선 복귀 등이 거론된다. 실제 박 장관은 추 전 장관의 복심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고, 윤 총장 징계 추진 과정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전보시켰다.
청와대는 정확한 보고와 재가 과정 및 절차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언론에서는 이를 ‘민정수석 패싱’이라고 보도했지만,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박 장관의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양측 간 협의를 거친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재가했는데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조율되지 않은 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여권 일각에선 박 장관이 이견을 보이는 신 수석을 배제하고 대통령에게 법무부안을 직접 보고(직보)해 재가를 얻은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반대로 문 대통령이 인지를 한 상황이었다면, 신 수석을 통해 조율되던 인사안을 문 대통령이 직접 배제하고 재가를 한 셈이다.
이번 사태 배경에는 ‘월성 원전’ 문제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와 관련돼 있다는 설은 여기서 출발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백 전 장관 영장 청구와 검찰 인사는)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백 전 장관 구속영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격노가 출발인 것처럼 보도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것에 대해 대통령께서 뭐라고 하신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신 수석 사의 표명 직후 박 장관에게 엄중 경고하고, 앞으로 신 수석과 협력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수석이 과연 검찰 인사에 어느 정도까지 관여를 해야 ‘정도’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법무부 인권 국장 출신인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검찰 인사 논의에 있어 박 장관으로부터 배제당해서’라는 게 진짜라면 수석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맞다”면서“자기 자존심만 세우려 한다면 대통령의 비서로는 부적격”이라고 신 수석을 비판했다.
야당은 조국 전 민정수석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순혈 친문주의가 심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검찰총장을 쫓아내려는 것으로도 모자라 정권에 대해 강하게 수사하려는 검사들까지 내쫓는 짓을 하고 있다”면서 “대통령 핵심 측근인 민정수석마저 납득하지 못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정수석실 내부 갈등설 강력 부인…申 거취 따라 후폭풍 예상
신 수석의 사의 표명 과정에서 민정수석실 내 이견은 없었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갈등의 당사자로 지목된 이광철 민정비서관과의 충돌, 갈등은 없었다는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그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들어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과 함께 일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사를 보니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엮여 있다. 암투로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반부패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은 이미 김종호 민정수석 시절에 사의를 표했다”면서 “후임을 찾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지금까지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마치 이광철 비서관이 법무부 장관의 편을 들고 민정수석을 패싱해 사표에 이르게 됐다고 썼다”면서 “제 명예를 걸고 사실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받는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도 기소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에서도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결국 신 수석의 거취 여부에 따라 정국은 다시 한 번 출렁일 전망이다. 조만간 단행될 검찰 차장·부장검사급 중간 간부 인사에서 신 수석의 역할이 주어진다면 갈등 봉합이 가능하겠지만, 이미 공개된 갈등 문제가 빠른 시일 내 수면 아래로 다시 가라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차례 사의 표명을 만류한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의 교체를 전격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 수석 입장에서도 자신의 법무부와 검찰 간의 갈등을 중재하는 자신의 ‘역할’이 부임 초반부터 엉키면서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수석은 문 대통령 당선 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으로 일하다가 2018년 국정원을 떠났다. 이후 2년여 만에 문 대통령이 부름을 받고 다시 돌아왔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무산된 데 따른 책임을 지고 4개월 만에 청와대를 떠난 김종호 전 민정수석에 이어 신 수석마저 불명예 퇴진할 경우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당장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대형 악재’로 커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영민 비서실장 취임 후 추진 중인 청와대 개편 작업도 당분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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