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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PC 시장이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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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1-02-27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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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은 시장조사업체 IDC의 통계상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처음 10억대를 돌파한 해였다. 전체 휴대전화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피처폰'보다 많은 점유율을 처음 기록했던 해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휴대전화의 기능이 '전화기'에서 '컴퓨팅 기기'로 전환된 시점이다. 이 무렵 스마트폰이 PC를 대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스마트폰이 당시 대표적인 컴퓨팅 기기인 PC마저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후 점점 설득력을 얻어 왔다. 실제로 스마트폰으로 메시징, 쇼핑, 금융거래, 공공업무 등 컴퓨터 없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디지털 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이 느끼기에 스마트폰은 PC보다 훨씬 빠르게 성능이 좋아졌고 PC를 사용할 때보다 같은 작업을 더 쾌적하고 편리하게 처리해 줬다. 개인 소비자가 PC를 따로 갖고 있어야 할 이유는 이제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난해 국내외 PC 시장은 뜻밖의 호황을 누렸다. 게임과 온라인 수업용으로 집집마다 PC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IDC 통계에 따르면 작년 국내 노트북·데스크톱을 합한 전체 PC 출하량은 약 527만대로 전년대비 15.7% 증가했다. 국내 PC 출하량이 500만대를 넘긴 건 2013년 이후 7년만이다. 이 흐름을 이끈 건 휴대성과 이동성을 갖춘 노트북이지만, 데스크톱 소비 역시 상당히 늘었다. 데스크톱 물량이 231만대로 5.3% 증가했고 노트북 물량이 295만대로 25.4% 증가했다. 계기는 전세계를 비대면 시대로 이끈 코로나19 사태였다. 이동과 모임이 제한되자, 가정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집에서도 컴퓨팅 기기를, 특히 PC를 써야 했다. 국내에선 특히 초·중·고교 온라인 수업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홈 엔터테인먼트와 게임을 위한 요구가 커졌는데, 가격과 성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가정용 데스크톱 사용 비중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PC는 여가·학업을 위한 컴퓨팅 기기로써 스마트폰이 줄 수 없는 효용을 제공했다.

남은 의문은 이처럼 실내 생활이 길어진 상황에서 늘어난 PC의 소비가, 코로나19 사태의 종식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느냐다. 지난 7년간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PC 수요가 정체되자, 이 두 가지 흐름을 연관지어 'PC에서 스마트폰으로의 대체가 일어나고 있다'거나 '데스크톱이 몰락했다'거나 '노트북이 불필요해졌다'는 설명이 나오곤 했다. 이제 맞지 않는 얘기다. 스마트폰은 사람들이 컴퓨팅 기기를 쓰기 위해 꼭 PC 앞에 있을 필요는 없도록 만들었을 뿐이다. 편한 자세로 화면을 바라보는 정보 소비 활동이라면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PC는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영화·게임을 즐길 때 더 몰입감 있는 음향과 시각효과를 체험하거나, 학업과 업무를 위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탐색하고 정리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널찍한 화면과 PC의 마우스와 키보드같은 입력장치, 오피스 프로그램, 안정적인 유선 인터넷이 연결돼 있어야 한다.

요컨대 사람들은 더 나은 여가, 학습, 생산성 활동을 위해 여전히 PC를 원한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기업과 학교가 상시 출퇴근·통학 체제를 고집하진 않을 것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여러 사무직 종사자들은 앞다퉈 원격·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이미 개인적으로 PC를 구매하거나 회사가 지급한 기기를 활용해 업무시스템에 접속하고 동료와 소통하며 일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기업에서 업무에 필요한 성능과 기능을 갖춘 PC의 구매가 정기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또 집콕 생활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나 게임을 즐기면서 엔터테인먼트용 고성능 PC에 투자하게 된 사람들이 코로나19가 종식됐다고 갑자기 게임을 접고 영화를 끊진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이런저런 이유에서 PC 소비는 지속될 것 같다. 작년 주요 PC 부품 업체와 컴퓨터 제조사들이 주장하기 시작한 '1인 1PC' 시대가 실현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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