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수소, ‘에너지 화폐’ 역할할 것”... 최태원 회장 ‘18조원 베팅으로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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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1-03-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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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일 SK인천석유화학에서 경영진 간담회 열고 협력 강화 방안 논의

  • SK사업장 내 수소전기차 1500여대 공급, 인프라 구축 등 협의

  • 수소 사업 국내 CEO 협의체 ‘한국판 수소위원회’ 설립도 추진

2일 열린 인천시 수소산업기반 구축 업무협약(MOU) 체결식 기념사진. (왼쪽부터) 이재현 인천서구청장, 박남춘 인천광역시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세균 국무총리, 최태원 SK그룹 회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추형욱 SK E&S 사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수소사회 비전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통 크게 화답했다. 전기차에 이어 수소 생태계 구축에 국내 재계 2위와 3위의 그룹 수장이 같은 목표 아래 뭉치면서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대규모 투자를 통해 그동안 코로나19로 위축된 국내 산업 전반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선 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2일 인천 서구 SK인천석유화학에서 양사 주요 경영진과 함께 만나 수소 생태계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정 회장이 수소 사업과 관련해 4대 그룹 회장과 공식적인 회동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정 회장은 “수소는 에너지원일 뿐만 아니라 에너지의 저장체로도 활용할 수 있다”며 “탄소 중립 시대의 ‘에너지 화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SK그룹과 협력으로 수소의 생산, 유통, 활용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건전한 수소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통한 수소사회의 실현을 한 발 앞당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도 “수소는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생산에 소요되는 부지 면적이 작아 국내 환경에 적합한 친환경 에너지”라며 “대한민국 수소 생태계 조성에 앞장섬으로써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업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각사 수장의 수소사회에 대한 목표가 확고한 만큼 단순히 말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2013년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차 ‘투싼ix' 양산을 시작으로 수소전기차 ‘넥쏘’, 수소트럭 ‘엑시언트’, 수소버스 ‘일렉시티’ 등도 성공적으로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브랜드 ‘HTWO’를 통해 국내, 유럽, 미국, 중국 등 4대 거점을 중심으로 연료전지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50만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70만기의 생산도 가시화한다.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수소 관련 분야에 11조1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과 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 SK그룹도 이날 5년간 18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국내 수소 생태계 확장에 기여할 것을 약속했다. 이를 기반해 수소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가치사슬(Value-chain)’을 구축해 글로벌 수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양사는 실질적 협업 방향성도 제시했다. 먼저 수소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나선다. SK그룹 사업장에서 운영 중인 차량 1500여대를 현대차가 생산한 수소전기차로 점진적 전환할 예정이다. 수소카고트럭(2022년)과 수소트랙터(2024년) 등 수소상용차를 현대차그룹이 제공하고 SK그룹이 활용하는 방안 등도 합의했다.

수소 및 초고속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모은다. 먼저 올해 말까지 인천, 울산 지역의 물류 서비스 거점인 SK내트럭하우스에 상용차용 수소충전소를 각 1기씩 설치한다. 전국의 SK 주유소 등에 수소 충전소를 설치하기 위한 구체적 협력 방안도 지속 협의한다.

또한 양사는 협력 기회를 국내 기업 모두에게 열어, 수소 경쟁력 강화에 앞장선다. 우선 포스코그룹과 함께 국내 기업 간 수소 사업 협력을 위한 최고경영진(CEO) 협의체인 ‘한국판 수소위원회’ 설립을 상반기 중 추진한다. 한국판 수소위원회는 국내 기업들의 수소 사업 역량 강화를 통해 진정한 수소사회 구현을 견인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미래 사업에 국내 대기업들이 함께 나서면서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미래 사업은 과거처럼 한 기업이 모든 것을 이끌고 갈 수 없는 만큼 이종기업 간 동맹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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