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미얀마] ①'마지막 신흥시장' 경제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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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3-0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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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선 결과 불복' 군부, 지난달 1일 쿠데타 선언

  • 軍의 反군부 시위대 무력 진압, 유혈사태로 확산

  • 쿠데타 장기화에 '외국자본' 기반 국가경제 위기

  • 정치 불확실성 확대, FDI·ODA 규모 축소 불가피

2일(현지시간) 미얀마 북서부 깔레이에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경찰이 물대포를 쏘자 방패용 판지 뒤로 피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아시아의 ‘마지막 신흥시장(Last Frontier)’으로 평가받는 미얀마 경제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32일째에 접어든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미얀마 경제의 핵심축인 외국자본 유입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얀마 현지 언론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수도 네피도, 최대 상업도시 양곤 등 주요 도시에서 유혈사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쿠데타에 항의하는 반(反) 군부 시위대와 군부를 지지하는 세력이 충돌하면서 상황은 악화했다.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에 따르면 이날 미얀마 군경의 반군부 시위대 무력 제압에 38명이 사망했다. 이는 쿠데타 발생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현지매체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전날 미얀마 경찰은 사가일 지역 북서부에 있는 케일에서 시위대에 실탄을 발사했고, 최소 20명이 총상을 입었다. ‘피의 일요일’로 기록된 지난달 28일에는 미얀마 군경의 무력 사용으로 민주화 시위대 18명이 목숨을 잃고, 30명이 다치는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로써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사태 이후 발생한 사망자 수는 50명을 넘어섰다. 

 

3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 상업도시 양곤에서 진행된 반(反)군부 시위대 참가자가 '독재에 저항하고, 대의를 위해 희생한다'는 의미로 세 손가락 경례(Three-finger salute)를 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FDI·ODA 규모 축소 불가피···경제성장률 '추락' 위기

미얀마는 영국과 중국의 식민지에 독립한 이후 53년간의 군부 독재와 쇄국정책로 운영되며 유엔의 최빈개도국(LDC·Least Developed Countries)으로 지정됐다.

그러다 2015년 아웅 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총선 승리에 따른 문민정부 1기 출범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주목을 받았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 경제 개혁과 개방화에 속도가 붙었고, 국제사회가 미얀마 경제제재 해제·완화로 응답하면서 미얀마를 향한 외국인 투자가 활발해졌다.

미얀마투자청(DICA)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외국인의 대(對)미얀마 투자액은 259억4385만 달러(약 29조1453억 원)에 달했다. 미얀마투자법에 따른 투자는 싱가포르가 113억 5625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경제특구법에 따른 투자는 일본이 4493억67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 집계 결과, 2019년 미얀마 내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27억6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미얀마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2년 이후 연6%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왔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전인 2019년 경제성장률은 6.5%로 집계됐고, 명목 GDP는 810억 달러를 기록, 처음으로 800억 달러 선을 넘어섰다. IMF는 천연가스 생산량과 FDI 증가가 미얀마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쿠데타로 미얀마의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자본의 탈출과 공적개발원조(ODA) 중단 조짐이 나타났다.

일본 현지 언론에서는 미얀마에 대한 신규 ODA 사업 중단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등장했고, 세계은행(WB)도 미얀마 자금 지원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이카에 따르면 2018년 일본의 미얀마 ODA 규모는 5억3700만 달러로 미국(1억4400만 달러)과 영국(1억3400만 달러)을 앞질렀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쿠데타 사태로 인한 긴장 고조가 외국인 투자와 ODA를 억제할 것이라며 미얀마 신용등급 전망을 ‘네거티브(Negative·부정적)’로 내놨다.

무디스는 “정치적 불확실성은 외국인의 신규 투자를 억제하는 동시에 기존에 군부와 연관됐던 투자가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한 추가 원조 지원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얀마의 정치) 불확실성이 계속될수록 외국인 투자, 대외 원조 부문에서의 피해가 확대될 것”이라며 IMF를 인용해 오는 9월 미얀마 경제성장률이 0.5%로 추락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안 페너(Sian Fenner)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경제학자 역시 FDI 규모 축소를 우려하며 올해 미얀마 경제성장률을 기존의 4.1%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군부의 쿠데타는 미얀마의 LDC 졸업에도 악재가 됐다.

미얀마 양곤 무역관에 따르면 유엔 개발정책위원회(UNCDP)는 지난달 미얀마 LDC 지위에 대한 회의를 개최하고, 졸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쿠데타 사태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이를 취소했다. UNCDP의 LDC 지위 탈출 조건은 1인당 국민소득(GNI)이 UNCDP가 정한 기준소득 이상이고, 유아사망률 등 인적자산지수(HAI) 66점 이상, 경제적 취약도(EVI) 32점 이하이다.

쿠데타 사태 전 미얀마는 UNCDP의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해 LDC 지위 탈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군부의 쿠데타가 유혈사태로 번지고, 군부 제재 강화 목소리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LCD 지위 탈출에 실패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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