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의 메이저'라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1500만 달러·약 170억원)은 3월(12~15일)에 펼쳐지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황금빛 축제다. 이 대회는 기대치와 명성이 남다르다. 화려한 출전 명단은 물론이고, 상징적인 코스까지 화제와 볼거리를 제공한다.
1974년 시작된 이 대회는 올해로 48회를 맞았다. 1982년부터는 TPC 소그래스(파72·7189야드)로 대회장을 옮겨서 40년이라는 세월 동안 대회가 치러지고 있다.
지난 47년간 이 대회는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스포츠계에 길이 남을 영광의 순간들을 창조해 냈다. 영광의 순간들이 하나둘 모여 투어를 대표하는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첫 번째 영광의 순간은 1982년이다. 당시 제리 페이트가 우승을 확정 지은 뒤 PGA투어 커미셔너였던 딘 비먼과 코스를 설계한 피트 다이(이상 미국)를 18번홀(파4) 그린 옆 호수에 밀어서 빠뜨렸다.
1994년에는 '살아있는 전설'이자, '백상아리'로 불리는 그렉 노먼(호주)이 영광의 순간을 만들어 냈다. 당시 그는 쟁쟁한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24언더파로 대회 최저타 기록을 경신했다. 일각에서는 "코스 세팅이 너무 쉬웠다"고 비판했지만, 그의 기록은 지난 26년간 깨지지 않았다.
2000년 할 서튼(미국)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그는 범접하기도 어려웠던 타이거 우즈(미국)를 뿌리치고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자신만만한 표정이 압권이었다. 당시 그는 6번 아이언을 쥐고 179야드(163m)의 환상적인 샷을 보여주며 "최고의 클럽 선택이었다"는 말을 남겼다.
우즈는 1년 뒤인 2001년 자신만의 명장면을 만들어 냈다. 3라운드 17번홀(파3)에서다. 마크 캘커베키아(미국)는 이 홀에 대해 "오후 3시에 치과에서 신경 치료 예약을 하고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단박에 아일랜드 그린 위로 공을 안착시킨 우즈는 60피트(18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당시 공은 S자를 그리며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미국 NBC 캐스터인 개리 코크는 홀로 향하는 우즈의 공을 보면서 "다른 어떤 것보다 좋다(Better than most)"고 외쳤다. 우즈는 이 버디를 기반으로 생애 첫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한국 선수들도 영광의 순간을 창조해 냈다. 아시아 최초 우승자는 최경주(51)다. 그는 2011년 데이비드 톰스(미국)와의 연장 접전 끝에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당시 그의 캐디(앤디 프로저)는 그에게 "일요일 경기 후에 한국으로 출발하지 못할 것 같아. 그냥 내 느낌이 그래"라고 말했다.
캐디의 예상은 현실이 됐다. 우승했기 때문이다. 최경주는 톰스와 연장 승부를 펼쳤다. 연장 1차전이 17번홀에서 진행됐다. 당시 톰스는 파 퍼트를 놓쳤고, 최경주는 파 퍼트를 떨궜다. 우승 직후 최경주는 "드디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8번의 우승 중 가장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정말 기쁘고, 감격스럽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첫 번째 아시아 선수로 기록돼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최경주의 뒤를 이은 것은 김시우(26)다. 그는 2017년 최종 4라운드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3타 차 우승을 일구었다. 출전 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보기가 없었다. 우승 당시 김시우의 나이는 21세 10개월로 최연소 우승자로 기록됐다.
김시우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나에게 특별한 대회다. 메이저 대회라 생각한다. 처음 이 대회에 출전했을 때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 최경주 프로님의 명맥을 이은 것과 최연소 우승자로 기록돼 자랑스러웠다. 최연소 우승 기록이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기억되었으면 한다"고 돌아봤다.
김시우는 올해 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투어 통산 3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이 대회가 열릴 때마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물론, 김시우만이 아니다. 투어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임성재(23)와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반정쭝(대만) 등도 우승을 향한 도전에 동참할 것이다.
반정쭝(대만)은 이 대회에서 두 번의 커트라인 통과를 기록했다. 그는 "투어에서 가장 어려운 대회 중 하나다. 144명의 실력자가 메이저급 대회에 출전한다. 모두에게 평등하게 디자인된 코스이기에 모두에게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설명했다.
추아 추 치앙(Chuah Choo Chiang)
- PGA투어 APAC 국제 마케팅 & 커뮤니케이션 수석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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