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판결 후폭풍] 상호관세 제동 걸렸지만...韓 경제 더 짙은 '안갯속'

  • IEEPA 관세 위법 판결...상호관세 사실상 무효화

  • 美 글로벌 관세 10→15%로…트럼프 추가 관세 시사

  • 품목별 관세 카드 상존...통상 불확실성 증폭

  • 정부 "국익 우선해 대응책 검토" 총력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UPI·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에 제동을 걸었지만 한국 경제를 둘러싼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확대되는 모습이다. 대법원이 관세 환급 등 후속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지 않은 가운데 미국 행정부가 곧바로 ‘대체 관세’를 도입하면서 통상 질서가 재편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는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철강·반도체의 경쟁력 약화와 수출 채산성 저하, 성장률 하방 압력 등 복합적인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2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0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된 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 적용되던 15% 상호관세는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10% 임시 관세를 도입한 뒤 이를 15%로 상향하면서 결과적으로 기본 세율은 다시 15% 수준으로 맞춰졌다. 

표면적으로는 세율 변화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실상은 더 복잡하다.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와 적용 방식이 달라지면서 관세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행정부가 품목별 관세를 어느 시점에 어느 수준으로 적용할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우리 핵심 수출 품목 상당수가 품목별 관세 사정권에 들어 있는 만큼 기업들은 예측 불가능한 추가 압박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출 전선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제시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2.0% 달성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기대온 수출 주도형 성장 구조가 관세 장벽에 제약을 받는다면 저성장 우려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 현장에서는 이미 부담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관세 환급 문제다. 이번 판결로 환급 청구의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구체적인 절차를 정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관세 부과 대상 물품을 미국으로 수출한 기업 2만4000여 곳 가운데 관세지급인도조건(DDP) 방식으로 수출해 직접적인 환급 대상이 되는 기업만 6000곳에 달한다.

한국 정부가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대신 미국이 부과한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 등을 25%에서 15%로 낮추는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상호관세 자체가 무효가 된 상황에서 기존 합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정부로서는 재협상이나 조건 변경을 시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합의 이행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관세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법원 판결 후 미국 정부는 '슈퍼 301조'로 알려진 무역법 등을 활용해 공격적인 관세정책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회는 예정대로 24일 입법 공청회를 열고 법 제정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여야는 다음 달 5일 본회의를 열어 특별법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미국 측 후속 조치를 면밀히 점검하며 불확실성 최소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상호관세 환급 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 동향을 예의 주시하는 한편 경제단체·협회 등과 함께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미 연방대법원 판결 내용과 미국 정부 방침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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