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7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부인까지 저격, 양측의 신경전이 더욱 과열되는 양상이다. 자신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의 ‘여자 상황제’ 논란에 대한 반박 차원으로, 김 위원장과 안 후보의 부인은 동명이인이다.
안 후보는 이날 언론 3단체 주최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자신의 부인을 둘러싼 ‘상황제’ 논란에 대해 “실례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김 위원장 사모님이 제 아내와 이름이 같다.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얘기도 여의도에 퍼져 있다”며 “그 분과 착각하신 것 아닌가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 후보는 ‘부인이 정치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 사실 정치인의 가족을 공격하는 게 가장 위기에 몰렸을 때 마지막으로 꺼내는 카드”라면서 “참 마음이 급했구나, 많이 몰리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아울러 비판을 제기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겨냥, “자기 위원장(김종인)을 디스(폄하)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러면 안 된다. 곧 짤리겠네요”라고 했다.
논란의 발단은 안 후보였다. 안 후보는 전날 “후보(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뒤에 상왕이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까지도 하게 된다”며 상왕론을 꺼내들었다.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빚는 이유로 김 위원장이 ‘상왕’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이를 반박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본인(안 후보)을 조종하는 여자 상황제가 있단 말은 들었나”라며 “지난 여러 번의 선거를 거치면서 안 후보를 돕던 사람들이 ‘여자 상황제’의 존재를 암시하며 떠나간 것을 잊지 말자”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2018년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당시 안 후보 측과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부터 노원병 지역구에 출마했는데, 안 후보 측은 김근식 경남대 교수의 공천을 요구했다. 당시 안 후보 부인 김미경 교수가 김 교수와 노원병에서 동행하는 모습이 언론의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안 후보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했다가 결별한 장진영 국민의힘 동작갑 당협위원장은 “안 후보가 자신을 취재한 기자들이 다들 ‘안철수가 집에만 가면 결정이 뒤집어지더라’는 걸 기억하고 ‘집에 상왕을 모시고 산다’고 입길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섣부른 상왕론 공격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데 본인은 어떨지 모를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단일화 협상을 놓고 양측의 갈등이 커지자, 국민의당은 김 위원장으로 포문을 돌리고 있다. 네거티브를 하지 말자고 수 차례 제안한 만큼 오세훈 후보를 직접 겨냥하긴 부담스러운 탓으로 읽힌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김 위원장이) 안 후보를 집중적으로 때리시니까, 세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보낸 엑스맨이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현하는 분도 계신다”며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자칫 이적행위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 “(안 후보가) 떼를 쓰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며 “(안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가 정권 교체 교두보가 될 수 있으니 단일 후보를 해야 한다는데, 단일 후보를 하려면 자기 고집만 부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통상적으로, 일반 상식으로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이야기하면 문제가 해결 안 될 리가 없다”며 “아주 소규모의 정당(국민의당)이 대규모의 제1야당을 압박해서 능가하려는 협상의 자세를 보이니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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