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두고 금융업계와 소비자단체의 평가가 엇갈린다.
금융회사들은 '막무가내 분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에 떨고 있다. 또 강화된 규제로 영업활동 위축도 우려하고 있다. 금융소비자 단체도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법 시행에는 기대를 나타내면서도, 집단소송제 등 핵심이 빠진 금소법은 미완의 법안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금융당국은 양측 평가가 엇갈리자 여론 달래기에 진땀을 빼는 모양새다.
은행권은 금소법이 제정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졸속’ 추진으로 인한 부작용을 예상했다.
A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법이 공표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하위법령은 아직까지도 나오지 않아 금융사로선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선 지점에서 1억원 상당의 펀드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남는 수익은 100만원가량에 불과한데, 이를 벌고자 법적 리스크를 떠않을 수는 없지 않으냐”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영업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B은행 관계자도 “당국은 법 시행세칙이 업권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으나, 금융사는 이를 바탕으로 실무(영업 프로세스)에 들어가게 된다”며 “세칙조차 없는 상황에서 고객을 어떻게 상대하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법 일부 조항을 6개월 유예했지만, 소비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금융사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했다.
상품 계약 후 일정 기간 안에 철회할 수 있는 ‘청약철회권’은 금융사도 반기는 분위기다. C은행 관계자는 “펀드 등 상품은 '설명의무' 위반에 걸리기 쉬운데, 고객에게 철회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부여한 만큼 향후에 소비자와 금융사 간 분쟁 여지를 축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관계자는 “대출에도 청약철회권 행사가 가능한데, 단기간에 필요한 돈을 빌렸다 갚는 방식이나 다름없어 사실상 단기 마이너스 통장(한도대출)처럼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법계약해지권’에 대해서는 수락 여부 통지기간이 너무 짧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금소법(제47조)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는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의 위법 사실을 알게 되면 상품 계약 취소를 위해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금융사는 해지를 요구받은 날부터 10일 안에 수락 여부를 소비자에게 통지해야 하는데, 이 기간 안에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D은행 관계자는 “법에서 정한 '10일'은 영업일 기준이 아니어서, 명절처럼 긴 연휴 직전에 소비자가 위법계약해지권을 행사하면 금융사는 충분한 검토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단체는 그동안 얘기됐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집단소송제가 금소법에 빠진 점을 지적했다. 그간 핵심 쟁점이었던 두 사안이 빠진 상태로 의결되면서, 금소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소비자 권한 강화 부분에서는 금소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그간 주장해 왔던 집단소송제 등이 빠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그간 금융회사가 책임의 사각지대에서 수익을 올려오다가 정상화로 가는 과정에서 불만을 얘기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미완의 금소법을 점진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우려와 지적에 대해 금융위는 양측에 당근책을 제시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업계를 향해 “법 시행에 따른 변화를 현장에 적극 알리고 신규 도입되거나 강화된 제도에 향후 6개월간 컨설팅 중심으로 감독하겠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또 소비자를 대상으로 금융위는 “금융권별 설명회와 함께 금융 소비자 홍보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법안으로 소비자 보호가 한층 강화됐다는 점을 알리고, 법안의 안착으로 긍정적 여론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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