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부 안준호 기자]
최근 만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에게 공모주 청약 균등배분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일반 투자자 몫의 공모 주식 청약 물량을 절반 이상 균등 방식으로 배분하도록 했다. 일정 증거금 이상을 맡긴 청약자들에게 최소 1주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균등배분제는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증거금에 따라 주식을 배정하는 기존 비례배정 방식이 고액 자산가에게만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균등배분 시행 이후 상황은 어떨까. 당초 취지였던 '공평성'은 어느 정도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최소 청약 수량인 10주를 청약한 고객 대부분이 주식을 배정받았다.
그러나 정작 공모주 투자를 오래 경험한 투자자들과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균등배분 방식 도입이 가뜩이나 과열 양상으로 흐르던 시장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다. 단기 차익을 위해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급증하며 IPO 과정에 필수적인 가격 발견 기능이 마비되며 주가 변동성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시장 과열로 수요예측 과정도 왜곡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흥행이 사실상 보장되자 물량 배정을 위해 비싼 가격을 써내는 기관들이 급증했다. 사실상 공모가 희망 범위가 의미를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비싼 값에 주식을 발행하게 되니 발행사나 주관사 모두 이득이다. 그러나 비싼 가격에 공모가가 책정되는 일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의 손실도 커질 수밖에 없다.
공모주 투자는 정보 접근이 제한된 비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일반 주식보다 더욱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자금 여력과 분석 능력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무작정 높이는 것은 정답이 될 수 없는 이유다. IPO 제도의 본질 역시 '공평성'보다는 기업의 자금 조달과 적정한 가치 평가에 있다. 이제라도 금융당국이 균등배분 제도 도입 효과와 개선 방안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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