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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인어] 안성탕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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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기자
입력 2021-03-3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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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안성탕면' 
유년시절부터 안성탕면을 유난히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그 친구는 “안성탕면을 끓여먹다가 아버지한테 호되게 맞은 기억이 있다”며 술만 취하면 당시를 추억하곤 했다. 혼난 이유가 가관이다. '귀한 라면을 아껴서 먹으라'는 핀잔이었다. 
그때의 아픔 때문인지 녀석은 지금도 한번 라면을 끓이면 언제나 2~3개 분량의 물을 올리곤 한다. 라면에 한이 맺힌 것처럼. 언제나 안성탕면 외길이다.
1970~80년대에 유년 시절을 보낸 친구와 나는 라면이 그리 귀한 음식은 아니었지만 6·25전쟁을 겪었던 부모 세대는 지금은 ‘건강에 좋지 않다’며 자주 먹지 말라는 라면을 아주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한국인이라면, 이렇듯 ‘라면’을 두고 인생 희로애락 사연 하나쯤은 품고 살아왔을 게다. 십수년 전 배 곯는 한국인을 위해 라면을 만들었다던 ‘라면왕' 고(故) 신춘호 농심 회장이 30일 발인을 끝으로 경남 밀양 선영에서 영면한다.
고인의 빈소를 찾지는 못했지만, 친구가 이 말 한마디를 꼭 영전에 바치고 싶다고 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한테 맞아가며 끓여먹던 안성탕면의 그 맛은 죽어도 잊지 못할 겁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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