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국가 간은 물론 부유층과 서민층 간의 불평등도 심화할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예상치 못한 팬데믹에 일자리를 잃은 서민층들은 패닉에 빠진 반면,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부유층으로 위기를 기회로 살려 부(富)의 규모를 늘려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2024년 세계 경제 생산량이 팬데믹 이전 예측치보다 약 3% 감소가 예상된다고 블로그를 통해 전망했다. 다만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 때만큼 심각하진 않을 것으로 봤다.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앞서 미국의 경기회복이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오는 6일 공개 예정인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할 것을 시사했다. IMF는 지난 1월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각각 5.5%, 4.2%로 예측했다.
IMF는 각국 정부가 추진하는 대대적인 경기부양책과 속도를 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팬데믹에 무너졌던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킬 것으로 봤다. 하지만 제각기 다른 국가별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률이 국가 간, 같은 국가 내 지역별 경제성장률의 차이를 확대하고, 이것이 사회 불평등 문제로 이어지는 빈부격화 심화로 이어질 거란 우려도 동시에 존재한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세계 경제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악의 침체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억만장자들의 부가 새로운 정점에 도달하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진행됐던 부유층과 서민 간의 양극화가 한층 심화했다고 보도했다.
포브스는 “지난해 전 세계 억만장자 3분의2가 자산규모 확대를 경험했다”면서 “이들은 정책 입안자들로부터 수조 달러의 (팬데믹) 회복 자금을 받아 전례 없는 수준의 부를 축적했다”고 비판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기준 전 세계 억만장자의 자산규모는 전년 대비 20%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통신은 일본의 상황을 예로 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유층의 금융자산 증가속도가 한층 빨라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본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잔고는 1948조엔(약 2경30조원)을 기록,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자산 1억엔 이상 부유층의 순금융자산(부채 제외)이 2019년 기준 333조엔으로 전체의 20%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투자은행 UBS의 부유층 자산관리자인 막시밀리안 쿠켈은 전 세계 시장이 팬데믹 혼란에 빠진 것을 활용해 자산 규모를 늘렸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팬데믹으로 무너진 실물경제 회복을 위해 공급했던 유동성이 금융시장에서 부유층의 자산을 불리는 데 쓰였다는 얘기다. 반면 서민층은 자산 확대는커녕 코로나19 사태로 직장을 잃고 생계유지라는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 놓였다.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서도 부유층이 특혜를 얻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달 초 세계 정·재계 고위인사들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코로나19 백신을 ‘원정 접종’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국적 투자자인 벤 골드스미스가 지난해 12월 부인과 함께 UAE를 방문했다가 영국 정부가 전면 봉쇄를 선포하자 귀국을 포기하고 UAE 체류를 선택했다. 이들은 이후 UAE 왕실 인사 소개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UAE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자를 현지 거주자로 규정하고 있다. 체류자였던 골드스미스가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었던 건 UAE 왕실 인사와의 친분 때문이었단 지적이다.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산하 벤처캐피털인 비전펀드의 라지브 미스라 최고경영자(CEO) 등도 UAE에서 백신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 UAE ‘체류’ 중에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명백한 ‘특혜’다.
가브리엘라 부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지난 1월 발표한 ‘불평등 바이러스(The Inequality Virus)’ 보고서를 통해 “역사는 코로나19를 세금 기록이 시작된 이래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동시에 불평등을 심화시킨 최초의 전염병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커 총재는 “빈부격차는 바이러스만큼 치명적이다. 여성과 소외된 인종 등이 이번 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들은 빈곤에 빠지고 굶주릴 가능성이 더 크며 의료서비스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더 크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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