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후쿠시마(福島)원전 방사성 물질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과 관련해 미국이 "일본의 결정은 국제 안전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지지하면서 미·일 동맹을 드러냈다. 한국 정부가 미·중 사이 줄타기 외교를 펼치는 동안 일본은 반중(反中)전선에 서서 미국과 밀착 외교를 강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고 있어 한·미·일 동맹 균열이 불가피해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중 패권갈등이 가속화하고 있어 한국 정부의 중립 외교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정부는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스가 요시히데 내각이 이날 각료회의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로 발생한 다량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로 배출한다는 계획을 결정한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韓·中 "강한 유감...무책임하고 일방적인 결정" VS 美 "국제 안전 기준에 따른 것"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일본 정부에 반대와 우려를 전하고 우리 국민 안전과 해양환경 피해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울러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사회에 우리 정부의 우려를 전달하고 향후 일본 조치의 안전성 검증 정보 공유, 국제사회의 객관적 검증 등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오염수 방류에 대해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담화문을 통해 "일본은 안전 조치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외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변 국가 및 국제사회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오염수 처리를 결정했다"며 "이러한 결정은 지극히 무책임하고 국제 건강 안전과 주변국 국민의 이익에 심각한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미국 정부는 일본의 결정에 대해 "국제 안전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사실상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긴밀히 협조해 방사능 감시, 복원, 폐기물 처리, 원전 폐로 등을 포함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속 처리를 결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미국은 일본 정부가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된 처리수 관리와 관련해 여러 결정을 검토한 것을 안다"며 "특수하고 어려운 이 상황에서 일본은 여러 선택과 효과를 따져보고 투명하게 결정했으며 국제적으로 수용된 핵 안전 기준에 따른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처리수를 처리하는 결정을 투명하게 하려는 일본에 감사한다"며 "일본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계속 협력하길 기대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일본은 사실사상 IAEA의 지지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오염수 방류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美 전략적 경쟁법 反中연대서 한국 제외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미 의회가 최근 공개한 중국 견제법안인 '전략적 경쟁법 2021' 초안에서도 드러난다. 법안에는 일본·호주 등 반중국 협의체 쿼드(Quad) 참여국은 강조된 반면, 한국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상의 방어 대상이란 것 외에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법안은 한국을 일본, 호주, 필리핀, 태국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한(critical) 동맹이라고 표현한 데서 그쳤다. 반면, 일본과 호주는 여러 실질적 협력 사업의 파트너로 명시됐다.
특히 법안을 중국의 강압에 맞서기 위한 동맹·파트너의 군사적 역량 강화를 중시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파트너들이 중국의 군사 기술 발전을 막기 위해 더 촘촘한 수출 통제 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중국의 탄도미사일이나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대한 감시와 보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는 미중패권 경쟁 속 '전략적 모호성'을 취해오고 있다. 이번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인해 한·일 갈등이 한·미·일 3각 공조는 물론 미국의 대(對)아시아 전략에서 한국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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