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노동을 제공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이유는 화폐라는 종이 숫자를 쌓아 놓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품을 소비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때문에 화폐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신뢰가 확보되어야 기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1971년 브레튼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가 붕괴되면서 상품으로 지급할 수 있는 것이 보장되어 있는 화폐는 모든 국가에서 사라지게 되었고, 각국에서 거래되는 화폐의 대부분은 신용에 의해 거래되는 화폐가 되었다. 그래서 “돈은 빚이며 빚은 돈이다(Money is debt and debt is money)”라는 문구를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해석을 정확하게 하고, 정확한 해석을 바탕으로 경제활동을 하면, 많은 재화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기축통화발행국가를 제외한 국가에서 화폐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금이나 은에 연동시킬 수 있거나,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 또는 영국 파운드화 같은 화폐에 연동하거나, 국가토지를 담보로 발행(프랑스의 아시냐 지폐, 바이마르 공화국의 렌텐마르크화 등)하거나, 물가에 연동하는 방법 등이 있다. 또한 요사이 투자(투기)대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암호화폐(Cryptocurrency)를 발행하는 방법도 있으나, 문제는 암호화폐 사용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암호화폐는 세계의 기축통화로 사용되고 있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신용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만들어 졌다. 2008년 엄청난 규모로 확산된 파생금융상품이 붕괴되면서, 많은 금융회사들이 파산위기에 부딪치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미국정부와 FRB는 헬리콥터로 살포하듯이 달러를 발행하여 공급했다. 엄청난 미국 달러의 발행규모에 세계경제는 경악을 하게 되었고, 미국 달러에 대한 신용이 깨지게 된 것이며, 통화량 과다공급의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대체수단으로 암호화폐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우려되는 것은 암호화폐에 대한 투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김치 프리미엄(Kimchi premium)까지 붙어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 김치 프리미엄이 커지면, 한국은 전세계 암호화폐의 투기꾼들이 몰려드는 장소가 될 것이며, 해외에서 암호화폐를 싸게 사서, 국내로 들여와 비싸게 파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외화가 급격하게 유출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암호화폐와 관련된 다양한 형태의 사기와 투기가 사회 전반에 만연될 것이다. 한국은 경제수준이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화폐를 유통하는 능력이나 암호화폐에 대한 결정권 등에서 모두 허약하기 때문에 암호화폐 거래를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세계에 있는 암호화폐들이 한국에 몰려들어 투기광풍이 불었을 경우 한국경제는 재난 수준의 재앙을 맞게 될 우려가 있다.
한국에서 암호화폐가 김치 프리미엄까지 붙어 거래되는 이유는 국내의 투기 광풍과 재정거래 차익(Arbitrage Gain)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암호화폐시장이 정상적으로 거래되는 곳이라면, 국가간 가격차이가 발생하는 즉시 재정거래가 활성화되어 가격차이는 바로 해소될 것이다. 특히, 암호화폐의 거래는 온라인상에서 모든 것이 처리되기 때문에 가격차이는 바로 해소되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암호화폐 가격이 급증하여 하루에 백만장자가 되었다거나 떼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광범위하게 퍼지자 투자금융상품에 대한 기초지식은 물론 암호화폐에 대한 기본상식 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엄청난 규모의 자금들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대부분의 투자가들은 단지 떼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전부다. 인류의 역사에서 투기광풍이 불고, 그로 인해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된 사건들과 매우 흡사한 현상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모든 경제지표가 최악인 상황에서 암호화폐의 버블이 꺼지면 한국의 경제상황은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혼란을 겪게 될 우려가 있다.
암호화폐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에 대한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암호화폐는 현재까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로, 암호화폐는 실물 없이 인터넷 공간 내지는 가상공간에서 컴퓨터 언어인 숫자의 조합으로 존재하고 소유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화폐와의 교환이 보장되지 않는 가상통화이며, 디지털 형태의 화폐적 특성을 지닌 디지털 통화이고, 암호화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암호통화이며, 화폐의 핵심특성이 결여되어 있지만 일반대중에게는 화폐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는 암호자산이라 할 수 있다.
둘째로, 암호화폐는 교환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디지털 화폐이며, 암호화 기술을 사용하여 거래를 검증할 뿐만 아니라 특정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아무도 변경할 수 없는 데이터 베이스이고, 분산되어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중앙서버나 관리자가 일체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거래내역은 발송인 및 수취인의 월렛과 전송되는 코인 금액으로 구성되는 파일 형태로 되어 있어, 거래가 이루어 지려면 발송인이 암호화되어 있는 개인 키로 최종 승인을 해야 한다. 또한 암호화폐의 거래내역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 네트워크 내에서 암호 퍼즐을 풀어야 하며, 암호화폐의 거래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분산되어 있는 모든 참여자들의 절대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때문에 암호화폐에 있는 수많은 규칙과 프로그램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셋째로, 암호화폐를 소유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① 특정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구입하는 방법 ②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암호화폐를 받는 방법 ③ 새로운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방법 등이 있으며, 채굴(Mining)은 블록체인이라고 불리는 암호화폐의 공공원장에 거래기록을 추가하는 과정이며, 모든 거래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네트워크 상에 있는 모든 참여자들이 공공원장을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로, 암호화폐는 실물 없이 가상공간에서 숫자로 존재하는 투기성이 매우 강한 상품이며,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모든 참가자들이 불안한 심리상태에서 거래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작은 변동성에도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여 큰 폭의 등락이 계속되고 있으며,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화폐의 기능보다는 투기수단의 도구로 사용되는데 한정될 수 있다.
다섯째로, 향후 암호화폐가 전방위로 사용된다면 통화의 기능보다는 자금세탁, 자금 은닉, 조세회피, 비밀스러운 글로벌 자본거래, 불법적인 금품제공, 자본결합에 의한 거대조직의 결성 등의 기능에 의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정한 시간이 경과하면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각국 정부의 통화에 대한 통제 및 조세기능을 현격하게 떨어트리기 때문에 정부 공권력의 개입 및 규제가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특히, 기축통화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미국 정부와 FRB 그리고 유대인투자금융집단 등 미국 달러의 시뇨리지 효과(Seigniorage Effect)를 지키려는 세력들에 의해 공격을 받는 순간 거대하게 형성된 버블은 삽시간에 꺼지게 될 것이다.
여섯째로, 암호화폐가 화폐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① 수요자들이 화폐로서의 신용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② 글로벌 네트워크가 구축된 결제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③ 많은 수요자들이 이용해야 한다 ④ 실물자산과의 교환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⑤ 암호화폐간 교환환율이 정해져야 한다 ⑥ 암호화폐의 취득이 쉬워야 한다 ⑦ 기존의 기축통화(미국 달러)를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⑧ 암호화폐의 공급이 세계경제규모에 비례하여 대중이 모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원활하게 공급되어야 한다 ⑨ 암호화폐의 시뇨리지 효과를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어야 한다 ⑩ 가치를 저장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⑪ 불법적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등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거래되고 있는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이러한 기능들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일곱째로, 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① 지불수단으로서의 기능 ② 가격의 척도로서의 기능 ③ 저축수단으로서의 기능 ④ 교환 수단으로서의 기능 등 네 가지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암호화폐는 이 네 가지 기능을 모두 수행하기에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네 가지의 기능 중에서 하나의 기능이라도 수행할 수 있다면 화폐라고는 할 수 있지만 네 가지의 기능을 모두 수행하지 못하면 화폐의 조건을 충족했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암호화폐는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화 기능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여덟째로, 암호화폐는 집단지성에 의한 분산, 자율적인 조직, 암호화 등을 바탕으로 민간에서 발행하는 화폐이기 때문에 정부 또는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있으며, 엄청나게 풀려있는 달러화의 처리문제와 달러와 연계되어 있는 상품의 교환시스템 그리고 엄청난 규모의 금융상품 등을 해결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며, 이로 인한 경제적 파장을 감당할 수 없다. 특히, 집단지성의 네트워크가 깨지면 암호화폐의 가치는 추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홉째로, 신용중심의 화폐로 결제되는 현재의 시스템을 암호화폐 방식으로 교체하기 위해서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엄청난 혼란을 극복해야 한다. 현재 암호화폐는 특정집단에 의한 투기적 수단으로 거래가 형성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화폐의 기능과 가치의 안정적 유지의 측면에서 보면 아직은 불확실성이 너무 높다. 암호화폐가 화폐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① 물물교환의 대상이 될 만큼 보편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 ② 대중적으로 쓰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량이 있을 것. ③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으로써 가치가 손상되지 않고 안정적일 것 등에 대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현재까지의 암호화폐는 투기의 대상으로 존재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중국의 통화패권전쟁에서 중국은 미국 달러의 지위를 약화시키기 위해 암호화폐의 기능을 확대시키려 할 것이고, 미국은 달러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및 불법성을 강조하게 될 것이다. 현재 세계의 통화결제시스템은 미국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정책에 의해 암호화폐의 가치는 크게 위축될 것이다. 만약, 중국이 암호화폐에 대한 대규모 보유가 확인되는 순간 미국은 바로 대응하게 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투기광풍이 불고 있는 것은 엄청난 규모로 공급하고 있는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성 저하 및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 재화를 은닉할 수 있는 기능, 4차 산업혁명시대에 가장 중요한 결제통화로 암호화폐가 사용될 수 있다는 믿음, 세계적인 유명인사들의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엄청난 투자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미래사회에 대한 환상, 암호화폐의 가격이 폭등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화폐로서 기능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으며, 넘어야 할 산이 부지기수로 놓여있다. 때문에 암호화폐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제기한 변수들의 흐름을 살펴보며, 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학교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및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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