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행사 등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형사 절차 증거를 남기기 위해 촬영하는 것은 초상권 침해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전북 전주에 있는 한 아파트 주민 A씨가 이웃 주민 3명을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초상권 침해) 소송에서 A씨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2월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에 무단으로 현수막을 설치하던 중 이웃 주민과 언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주민 B씨가 항의하며 현수막 설치를 제지했지만 A씨는 욕을 하며 현수막을 그대로 매달았다. B씨는 휴대전화로 당시 상황을 촬영했고, 해당 영상은 또 다른 주민을 통해 관리소장과 동대표 14명에게 전송됐다.
A씨는 층간소음 사건과 현수막 설치 과정서 발생한 마찰을 촬영한 B씨와 영상을 공유한 아파트 주민 등이 자신의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폭행 장면 촬영은 형사 절차상 증거보전 필요성과 긴급성, 방법의 상당성이 인정되고 사회 상규에도 위배하지 않는다"며 A씨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현수막 내용은 아파트 관리방법에 대한 반대 의사표시를 입주자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공적 논의에 나선 사람은 사진 촬영이나 공표에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거나 포기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봤다.
대법원도 "원심이 초상권 침해행위의 위법성 조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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