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판결 후 각국 온도차…亞 관망 속 합의 유지·EU는 대응 검토

  • 日, 美 자극 자제 속 관망…인도 "판결 의미와 후속 조치 연구"

  • 유럽, EU 차원에서 대응…'무역 바주카포' ACI 등도 옵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주요 교역국들이 대응 수위를 달리하고 있다. 일본은 상황을 주시하는 가운데 동남아·인도는 기존 합의 유지를 재확인했고 유럽연합(EU)은 EU 차원의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2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 간부는 "일본에도 이익이 있는 것을 (투자 프로젝트로) 선정했다"며 미국 대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대미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일본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정권은 얼마 안 있어 (관세를) 원래 세율로 되돌리려 한다"며 새로운 관세 조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산케이신문도 일본 정부가 당분간 조용히 추이를 관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문은 "판결에 반발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체 수단으로 고관세 정책 유지를 표명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한다면 배로 당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본이 재협상 등을 요구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핵심 대미 수출품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기업이 기존 상호관세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연간 약 2조9000억엔(약 27조원), 이 중 자동차·부품 관련 관세 부담만 2조6000억엔(약 24조3000억원)에 달한다.

내달 중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 점도 일본이 섣불리 대응에 나서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정부는 경제안보 등을 고려해 미일 관계 강화를 우선시하며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이치카와 게이이치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은 2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만나 정상회담을 위한 조율을 이어갔다.

이와 함께 일본 기업들은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따라 환급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가와사키중공업 등 최소 10개 기업이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환급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대법원이 환급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은 데다 트럼프 대통령도 장기 소송 가능성을 언급해, 실제 환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동남아 각국과 인도 역시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미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전날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영상 성명을 통해 "우리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미국 국내 정치를 존중하고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대법원 판결 하루 전인 19일 미국과 △상호관세율 19% △팜유 등 일부 품목 무관세 △미국산 상품 대부분 무관세 등을 골자로 하는 무역협정에 최종 서명했다. 아이를랑가 하르타르토 인도네시아 경제조정부 장관은 미국 측에 인도네시아산 팜유 등에 대해 합의한 무관세를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최근 상황 변화에도 양국 무역협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들은 그렇지 않은 나라와 다른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잠정 무역협정 프레임워크에 합의한 인도 역시 이번 판결의 의미와 트럼프 행정부의 후속 조치를 연구하고 있다고 인도 상공부가 밝혔다. 앞서 이달 초순 양국은 △인도산 상품 관세율 50%→18% 인하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 △인도 농산물 시장 일부 개방 △인도의 미국산 상품 약 5000억 달러어치 구매 등을 골자로 한 잠정 합의에 이른 바 있다.

이외 태국과 캄보디아,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도 기존 합의를 유지하면서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아시아와 달리 유럽에서는 EU 차원에서 미국에 대응하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대법원 판결로 관세 부담 완화를 기대하면서도, 이미 납부한 관세를 돌려받으려면 미국과의 협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방미에 앞서 이 사안을 EU 차원에서 조율하겠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니콜라 포리시에 프랑스 대외무역 담당 장관은 EU의 '통일된 대응'을 촉구하며 EU에는 미국에 반격할 수단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가 EU 집행위원회와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우린 더는 순진하게 굴어선 안 된다. 우리는 의존적이지 않기를 바라며 일종의 인질로 잡히고 싶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의 선택지 가운데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ACI는 서비스와 외국인 직접투자 등을 제한할 수 있는 강력한 보복 수단으로,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편입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에 관세를 예고하자 EU는 프랑스 주도로 ACI 발동을 검토한 바 있다.

한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의 새로운 관세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는 새로운 냉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며 "우리는 타국에 대한 간섭을 원하지 않으며, 모든 국가가 평등하게 대우받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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