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문가들 "대법원 판결로 트럼프 협상력 약화…中양보 폭 줄어들 것"

  • '대두 수입' 카드 쥔 中…첨단기술·대만 문제 연계 압박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연합뉴스]
중국 내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함에 따라 내달 31일 중국 방문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제정치 분야 권위자인 스인훙 중국인민대 교수는 "(미국) 대법원 판결은 분명히 중국 측을 상대로 한 트럼프의 무역 협상 지렛대를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스 교수는 이러한 변화가 곧바로 중국의 협상 우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주의적 접근을 감안할 때, 중국이 트럼프가 '성공적 스토리'로 내세울 수 있는 일정한 양보를 제시할 능력과 의지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스 교수는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 측에 의미 있는 수준의 양보를 제시할 재정적·지정학적 여유가 크지 않다고 짚었다. 그는 중국의 국내 재정 여건이 점차 악화하는 데다, 러시아 등과의 협력 관계가 대미 협상에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경제적·정치적으로 미국에 내어줄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중국 및 중화권 학자들 사이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 소재 한 정치학자는 SCMP에 "법원이 관세를 무효화할 수 있게 되면서 (관세 부과를 통해 얻은) 트럼프의 레버리지는 사라졌고, 중국 방문 준비 중에 허를 찔린 것"이라면서 "중국은 이런 전개 과정을 다소 즐겁게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가 약해지면서 중국은 (판결 전에) 준비했던 것보다 더 적은 양보를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신보 상하이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장도 싱가포르 연합조보 인터뷰에서 미국 대법원 판결이 "중국을 더 유리한 위치에 놨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고율 관세 압박 속에서 미국산 대두 대량 구매에 동의했지만, 관세가 위법으로 판명된 상황에서 대두 구매를 지속하려면 미국 역시 다른 분야에서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원장은 중국이 관심을 갖는 사안으로 대중(對中) 과학·기술 규제 완화, 첨단 반도체 판매 제한 완화, 중국 기업의 미국 내 경영 환경 개선 등을 언급했다. 또한 대만 문제는 경제·무역 사안보다 더 중요한 핵심 현안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중에서 "일정한 유연성·건설성"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설령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완전히 중단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판매 규모의 ‘상한선’은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를 특정 조건과 연계해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며 "방중 이후 대만에 또 무기를 판다면 우리가 왜 대두를 사야 하는가. 우리도 취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뤄밍후이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대법원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의 입지가 약화될 수는 있지만, 미중 양국의 근본적인 대응 방식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방중이 무역 전쟁의 '휴전'에 가까운 긍정적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은 있지만, 무역 협상이 대만 무기 판매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와 멕시코·캐나다·중국 등에 대한 '펜타닐 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최종 판결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된 10% 기본관세와 국가별 차등 상호관세가 무효화됐고, 중국에 적용되던 10% 상호관세와 10% 펜타닐 관세도 효력을 잃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곧바로 미 동부시간 24일 0시 1분부터 발효하는 포고문을 발표했다. 이어 하루 뒤 글로벌 관세율을 15%로 인상하겠다고 재차 밝혀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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