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국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긴긴 싸움에서 무척이나 대단한 날입니다. 이는 거대한 이정표(a great milestone)입니다."
1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마스크 착용 지침 완화에 대해 치켜세우면서 한 말이다.
이날 앞서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코로나19 방역 지침 개정안을 공개하면서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칠 경우(통상 2차) 실외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권고안을 내놨다.
이는 종전까지 실내외 모든 환경에서 서로간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던 것에서 대폭 완화한 지침이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전체의 백신 접종률을 대폭 끌어올린 데 대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CDC에 따르면 이날까지 미국 전체 인구에서 최소 1회 이상의 백신을 접종받은 비율은 46.6%(1억5462만4231명), 2회까지 접종을 마무리한 비율은 35.8%(1억1898만7308명)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과 사망 위험도가 높은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각각 84%와 71.8%을 기록해, 통상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는 정도인 백신 접종률 70%를 상회했다.
다만, CDC는 이날 개정 지침에서도 의료시설과 마스크 착용이 의무인 사업장, 비행기·버스·기차 등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는 해제하지 않았다.
실제,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선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정부 관계자, 참석 기자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연설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4일 동안 우리(미국)는 2억5000만회의 백신을 접종했고 이 결과를 보고 있다"면서 "전체 50개 주 중 49개 주에서 신규 감염 사례가 감소했고, (미국의)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해 4월 이후 코로나19 입원률 역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같은 백신 접종 사업이 역사적인 업적이라고 평가한 후 "미국인 여러분 모두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면서 "이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물리치고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마무리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가장 좋은 날은 아직 다가오는 중"이라면서 "지난 1년간의 노력과 큰 희생 끝에 지켜야 할 규칙은 매우 간단해졌다. 백신을 맞거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Vax’ed or Vasked)일 뿐"이라면서 백신 미접종자들의 접종을 재차 촉구했다.
미국 내부에선 당국의 마스크 착용 완화 지침에 대해 일단 환영하면서 코로나19 사태의 전환점이자 사회·경제 정상화에 한껏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내고 있다.
이날 백악관은 직원들의 전자우편을 통해 "새 지침은 즉각 효력을 발휘하며, 정상화와 일상 복귀 향한 조치를 취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야당인 공화당 측도 해당 지침에 환영의 뜻을 전했다. 공화당 내 권력 순위 1위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취재진 앞에서 마스크를 벗어던지며 "마침내 자유로워졌다"고 외치기도 했다.
다만, 인도발 이중변이로 전 세계에 코로나19 재유행세가 고개를 든 상황에서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별도의 처벌이나 규제 없이 마스크 착용을 해제한 것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던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미국)는 백신 미접종자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는 법을 집행하는 일이 아니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이웃과 가족의 안전에 관심을 갖고 있으리라 믿는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백신을 접종했다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서로 악수도, 포옹도 할수 있다"면서 "하지만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호소했다.
CDC 역시 이와 같은 점을 감안해 "향후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달라진다면 이날 완화 지침을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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