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를 찾아서]​삼성전자② 시스템 반도체 1위 향해 한·미서 171조+20조원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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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1-05-2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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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차이는 그 기업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의 재능과 열정을 얼마나 잘 끌어내느냐 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토마스 제이 왓슨 전 IBM 회장이 남긴 말이다. 기업 구성원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은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의 역할이다. 이는 곧, 기업(Company)은 리더(Chief)의 역량에 따라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기업에서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 아주경제는 기업(Company)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C(Chief : CEO or CFO or CTO)에 대해 조명해보려 한다. <편집자 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2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투자를 계획 중이다. 조만간 구체적인 소식이 있을 것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주최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꺼낸 말이다. 여러 관측에도 함구했던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계획이 공식석상에서 최고경영자(CEO) 입으로 처음 확인된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이라는 큰 이벤트를 맞아 20조원 투자 카드를 꺼내든 만큼, 삼성전자의 구체적인 투자 계획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부담스러운 것은 향후 인센티브 협상에서 승기를 잡느냐 여부다. 미국이 '다 잡은 물고기'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줄 가능성이 적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와 뉴욕, 애리조나 등 주정부를 상대로 89억 달러(약 10조원)의 경제 효과와 2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는 점을 내세워 세제 혜택 관련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텍사스 주정부와는 향후 20년간 9억 달러(약 9000억원)의 세금 감면을 놓고 최근까지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삼성의 투자가 국가 간 이벤트와 맞물린 만큼 더 많은 혜택이 제공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정부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서 투자를 약속한 우리 기업에게 세제 등 투자 인센티브를 지원해달라고 미국 측에 요청했다. 미국 측도 긍정적이다. 현재 추진 중인 미국 반도체 지원 법안(설비투자액 40% 세액공제 등) 혜택이 우리 기업에도 지원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DSR)에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반도체 웨이퍼에 서명하고 있다. 이 웨이퍼는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공정을 통해 양산된 제품이다. 2019.04.30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협상 카드를 다 쓰지 않은 상태였지만,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투자 계획을 공언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품귀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 내 반도체 생산과 투자 압박을 계속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백악관에서 반도체 관련 CEO 서밋을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고, 한·미 정상회담 전날인 지난 20일에도 미국 상무부에서 회의를 열며 삼성전자의 투자를 종용해왔다. 삼성전자로서는 파운드리 최대 고객사인 애플, 퀄컴, AMD 등 모두 미국에 있다는 점에서 거부할 수 없는 기류가 팽배했다. 무엇보다 세계 3대 반도체사 중 삼성전자를 제외한 TSMC와 인텔은 이미 미국에 대규모 파운드리 투자를 약속하며 미국 정부에 선물을 꺼내든 상태였다.

미국 투자 계획 발표에 앞서 삼성전자는 앞서 공언한 ‘반도체 비전 2030’ 실현을 위해 국내에서는 171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다. 반도체 비전 2030은 오는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미래 핵심 비전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9년 4월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이를 공언했다.

당시 이 부회장이 공언한 투자액은 133조원이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최근 여기에 38조원을 더해 총 171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밝혔다. 추가된 투자금은 첨단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건설에 집중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평택캠퍼스에서 정부 주도로 열린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평택 3라인을 구성할 예정이다. 평택 3라인의 클린룸(반도체 공장 내부) 규모는 축구장 25개 크기로, 현존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공장(팹)이다. 극자외선(EUV) 기술이 적용된 1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D램과 5나노 연산가능(로직) 제품을 양산한다. 모든 공정은 스마트 제어 시스템으로 전자동 관리한다.

또한 차세대 D램에 EUV 기술을 적용하고,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융합한 고대역폭 메모리(HBM)-PIM(Processing-In-Memory), D램의 용량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D램’ 등 미래 메모리 솔루션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과 지원, 투자도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해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를 대상으로 지식재산권(IP) 특별 혜택을 제공하고, 시제품 생산 지원, 협력사 기술 교육 등을 진행한다. 또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인 소재·부품·장비업체는 물론이고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한 학계와의 협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파운드리 분야는 사업이 커질수록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함께 성장하고 많은 창업이 이뤄지는 만큼 파운드리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국가 미래 산업의 밑거름 역할을 담당한다는 게 회사 목표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한국이 줄곧 선두를 지켜온 메모리 분야에서 경쟁자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며 “수성에 힘쓰기보다는,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선제 투자에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 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서 'P3라인 브리핑 및 향후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1.5.1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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