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2일 예고한 4대 그룹 총수와의 오찬 회동이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늦어도 8·15 광복절 특사로는 선정하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통합을 도모할 골든 타임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8년 2월 5일 오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29일 재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최근 이 전 부회장을 둘러싼 사면 찬성론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힘을 받는 기류다. 앞서 이호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별도 고려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이후 이런 양상은 한층 짙어지는 분위기다.
이 전 실장은 지난 25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국민적인 정서라든지 공감대 등도 함께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별도 고려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TV로 시청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특히 재계 일각에서는 이 실장의 이번 언급 중 ‘별도 고려’란 표현에 다양한 함의가 있다고 분석한다. 현재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역할론이 특히 중요하다. 무엇보다 과감한 투자와 고용 등 중대 의사 결정은 총수인 이 부회장의 사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 대통령도 국민적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다고 언급하기 전에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 우리도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더욱더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며 운을 뗐다. 반도체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이 부회장의 역할을 인정한 셈이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 당시 삼성전자가 미국에 20조원 규모의 투자를 확언하면서 정부가 이번 회담의 주요 성과로 제시한 코로나19 백신 확보도 한층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회담을 통해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모더나의 백신 위탁생산 기지로 낙점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치권도 이를 인정하듯 잇달아 삼성바이오의 역할론을 치켜세우고 나섰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6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2공장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곳이 전 인류를 구원하는 백신 생산기지로 발전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특히 윤호중 원내대표는 “한·미 정상회담의 수많은 성과 중 가장 큰 성과는 우리 기업이 백신 위탁생산을 계약한 것”이라며 “좋은 기업과 좋은 정치가 만나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 준비 모드가 본격화하면서 이재용 사면론이 국민통합에 이바지할 것이란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출마한 주호영 의원은 지난 26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 부회장이 (감옥에) 오래 있으면 삼성의 경영 문제가 생기고 삼성이 반도체 전쟁에서 지면 국가적으로도 손해”라며 “그런 상황을 감안해 문 대통령이 결단해 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늦어도 8·15 광복절 사면에 이 부회장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잖다. 일각에서는 광복절을 넘기면 이 부회장에 대해 사면을 해주고도 여권과 정부가 생색을 내기 힘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데, 내년 7월이면 출소한다. 연말 성탄절 특사에 포함되면 불과 6개월 남짓만 수감 기간을 남겨둘 뿐이다. 일각에서는 그럴 바에야 만기 복역하는 게 이 부회장으로서도 ‘정부에 빚질 게 없는’ 셈이 된다는 비판론이 나온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측은 “대통령의 선택을 기다릴 뿐”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달 2일 예정된 문 대통령과 4대 그룹 총수 오찬 회동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회동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참석한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을 대신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DS부문 대표)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경제동맹이 강화되는 데 기여한 4대 그룹총수들에게 직접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이번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앞으로도 경재계와 계속해서 소통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사면 요구가 과연 총수들의 입에서 직접 문 대통령에게 전달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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