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 지난해 말보다 5배 올라"
“돈을 더 주고도 물건(반도체)을 못 받을 때가 허다합니다. 지난해 말에 비해 가격이 5배 뛴 물건도 있습니다.”
중국 광둥성에서 한 전자제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류밍화 사장은 23일 중국 21세기경제보도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반도체 부족과 가격 인상에 부담이 커진 것이다.
이 같은 반도체 부족 상황은 최근 대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더해지면서 더 심화했다. 이달 초 대만 최대 반도체 검사업체인 징위안(京元)전자 주난(竹南) 산업단지에서 312명에 달하는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후 해당 단지에 있는 다른 4개 반도체 업체에서도 100명의 확진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징위안전자와 일부 업체들은 이틀간 전면 휴업에 나섰고, 이는 6월 대만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능력을 4~6% 감소시켰다고 21세기경제보도는 설명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공장이 위치한 말레이시아에서도 변이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다. 반도체 품귀현상과 가격 인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대만 TSMC, UMC 등 대만 파운드리 업체는 지난해 이후 수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오는 3분기에도 반도체 가격을 최대 30% 인상한다고 예고했다.
◆하이크비전, 레노버 등 中 IT제품 업체들 줄줄이 가격 인상 예고
이에 따라 반도체를 사용하는 제품 가격도 일제히 오르고 있다. 21세기경제보도는 일부 업체들은 이미 제품 가격 인상을 시작했으며, 가격 인상을 준비 중인 곳도 다수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중국 최대 감시카메라(CCTV) 제조업체인 하이캉웨이스(海康威視, 하이크비전)는 최근 공지를 통해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제품 생산 원가가 지속해서 상승했다”며 “원가 압박이 커지면서 일부 제품의 가격을 점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최대 PC기업 레노버(聯想)도 추가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양위안칭(楊元慶) 레노버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추세라면 앞으로 공급 부족으로 인한 부품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일부는 회사에서 부담해야 하겠지만, 나머지는 가격 조정을 거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전자제품 업계의 가격 인상에 소비자 충격도 우려된다. 사실 이미 일부 노트북 등 IT 기기의 가격은 최근 두 달 사이 다소 오른 상황이다. 가격 추적 사이트 키파(Keepa)에 따르면 아마존은 이달 대만의 컴퓨터 제조업체 아수스(ASUS)의 인기 랩톱 모델 가격을 900달러에서 950달러로 50달러 올렸다.
더 큰 문제는 반도체 부족 상황이 올해 내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류 사장은 “업계는 반도체 부족이 최소 2022년이 돼야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업계들은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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