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혁명 위한 교육개혁] "사교육이 필요 없는 공교육, 만들 수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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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1-07-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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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 MZ세대가 말하는 진짜 교육개혁

  • "학교, 지식·교양 키우고 전문성 길러줘야"

  • "흥미 유발 부족…복잡한 대입제도가 문제"

'인력=국력'인 대한민국에서 학생으로 사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앞으로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갈 것이란 추측이 있었지만, 그보다 먼저 대학이 무너지게 생겼다. 사교육과 해외유학은 여전히 성행하고, 대선 주자들은 당대 젊은 층을 대변한다며 교육개혁을 공약으로 내놓지만 사장되거나 합의 없이 추진되기 일쑤다. 이에 본지는 총 6회 기획을 통해 교육개혁의 참의미를 찾아본다. <편집자 주>

베스트셀러 도서 <90년생이 온다>의 1990년생도 어느덧 30대다.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라는 특징을 지닌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반 출생) 중간 지점에 속해 있다. MZ세대는 또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로 나뉘는데 흔히 대학을 갓 졸업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거나 사회 초년생인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이들을 일컫는다.

MZ세대는 경제·정치·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른 MZ세대를 마치 신인류처럼 여기는 분위기다. MZ세대에 특화된 각종 서비스·콘텐츠가 쏟아지는 가운데 교육 분야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자율·창의를 강조하지만 정책이 사람을 혹은 사람이 정책을 따라가지 못해 부조화가 생긴다.

◆"다양성 중요하지만 공교육으로 해결해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해 12월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대입 준비로 논술 과외를 받으려는데 (과외비가) 한 달에 120만원이었어요. 너무 부담되지만 안 하자니 불안해서 친구들과 그룹 과외를 했습니다."

사회생활 3년차인 윤씨(27·여)는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자기주도학습이 절대 쉽지 않고, 지식과 교양, 전문성을 키워주는 공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씨는 "정작 사회생활을 해보니 영어·수학은 기본 수준만 해도 큰 어려움은 없다"며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야 여전히 건재한 사교육도 한풀 꺾일 것으로 봤다.

교육 다양성 측면에서 수능만이 답은 아니라는 생각도 밝혔다. 수능은 가장 공정한 제도가 아닌 가장 편한 제도라는 인식에서다. 다만 "공교육 테두리 밖에서 돈이 있어야만 다양하게 학습할 수 있는 건 문제"라며 "학원은 학교에서 지식·교양을 쌓고 추가로 더 배우기 위해 다니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는 2025년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는 유용할 것으로 봤다. 반면, 결국 입시를 위한 과목만 치중해서 듣는 부작용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올 상반기 정규직 입사한 최씨(27·남)는 "이름만 고교학점제고 결국 입시 과목 수업에 몰릴 것 같다"며 "현행 분반 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입시"라고 꼬집으며 "이명박 정부 말기에 시행된 입학사정관제를 경험했는데 취지와 달리 여유가 있어서 포트폴리오를 잘 쓸 수 있는 학생들을 위한 제도로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사학과에 일찍부터 관심이 생겨 역사 관련 신문기사 등을 스크랩하고 내용을 정리하는 열정을 보였지만, 이를 담은 포트폴리오는 합격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어 "토론식 수업도 결국 대입이라는 현실 앞에서 전 학교가 일률적으로 진행하지 않는 한 역효과가 날 것 같다"며 "오락가락하지 않는 교육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학교, 학습 흥미 유발하되 방종은 안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모두가 만족할 뾰족한 대안은 없어 교육정책은 제자리를 맴도는 형국이다.

대학 졸업 후 창업에 뛰어든 이씨(26·남)는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결국 개념을 이해한다는 측면에서 학교는 똑똑한 학생들을 뽑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학교별로 입시 기준을 다르게 해도 결국 상위권 학교를 따라갈 테고, 오히려 비리만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국어·영어·수학 등 교과목은 직업과 연결되진 않지만, 살면서 배워나가면 좋을 만한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이씨는 "문제는 교과목이 아니라 궁금증이 생기지 않는 시점에 배우다 보니 공부에 흥미를 못 느끼는 것"이라며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시간을 투자하거나 좋아하는 걸 찾아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학부모들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만 20대들과 결이 달랐다.

서울에서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40대 학부모 송씨는 "당장 중학교 자유학기제부터 걱정"이라며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라고 학교에 보내는 건데 학교가 이 역할을 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입식 교육이라고 욕해도 그 교육 받은 사람들이 반도체도 만들면서 3만불 시대도 만들었다"며 "대입은 파편화돼 파악하기도 힘든 수시 전형보다 정시 위주로 하고, 방종을 낳는 불필요한 자유는 지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들은 대입제도를 비롯한 교육정책을 비판하면서도 대학에 갈 필요성은 있다고 여겼다. 실제 딜로이트도 보고서 '웰컴 투 Z세대(Welcome to Generation Z)'에서 "Z세대는 전통적인 4년제 대학 교육을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의외로 대학 교육 가치를 재평가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Z세대는 역사상 가장 많은 교육을 받은 동시에 부채가 많은 세대가 됐다"며 "학습과 기술·역량 개발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는 조직을 더 매력적으로 느낀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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