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설계한 국가대계 프로젝트 ‘웨강아오(粤港澳)대만구(大灣區)’에 ‘중국판 매사추세츠(MIT) 공대’가 들어선다. 웨강아오대만구 개발의 일환으로 설립되는 ‘대만구 대학’이다. 대학 설립에 투자되는 자금만 1조8000억원에 달하며, 최고 수준의 교수진이 포진될 전망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대만구대학은 중국 광둥(廣東)성 둥관(東莞) 쑹산(松山)호 일대에 설립된다. 이미 지난 4월부터 공사가 시작됐으며, 캠퍼스가 완공되면 2023년부터 신입생 등록을 받을 예정이다.
주목되는 점은 대만구대학 설립을 이끄는 수장들이다. 중국 최고 명문 베이징대에서 수십 년간 몸담았던 중국 유명 수학자이자 중국과학원의 톈강(田剛) 원사가 대만구대학 설립 준비 총책임을 맡았다. 톈 원사와 함께 대학 설립을 준비하는 이인자 역시 베이징대 인사부 부장을 지냈던 다이창량(戴長亮)이다.
대학 설립을 위한 투자금도 어마어마하다. 둥관시는 “대만구대학 설립에는 100억 위안(약 1조8000억원)이 투입되며, 캠퍼스 규모는133만5400㎡(약 40만4000평)에 달할 것”이라며 “대학에는 경험이 풍부한 최고 수준의 지도자를 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대만구대학 설립을 위해 유능한 인재를 투입한 것은 물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이유는 웨강아오대만구의 인재 양성을 위해서다.
웨강아오대만구는 광둥성 9개 주요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연결하는 거대 경제권 조성 프로젝트로, 시 주석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기술 허브'인 선전을 비롯한 광둥성의 IT 인프라와 홍콩의 금융 경쟁력, 마카오의 관광 자원을 활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메갈로폴리스(거대 도시 집중지대)를 조성한다는 게 이 사업의 골자다.
이 사업을 위해서는 지역 내 인재 양성이 필연적이고, 대만구대학은 이를 위해 설립되는 첫 번째 대학인 셈이다.
SCMP에 따르면 웨강아오대만구의 인재 양성을 위해 중국은 대만구대학 설립뿐 아니라, 홍콩과 마카오 대학의 제2캠퍼스를 광둥성에 건설하고 있다. 홍콩과학기술대학은 광저우에, 홍콩폴리텍대학은 포산에, 홍콩중문대학은 선전에 각각 설립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명 대학이 밀집될수록 광둥성 집값이 오를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둥관의 한 청년사회학자 신디가오는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둥관의 집값이 대학 설립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게 되면 저임금 노동자의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게다가 둥관의 많은 기업들은 고급 기술 인재보다는 평범한 제조 노동자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대학 설립이 둥관 제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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