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이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1월 박 전 시장이 성희롱했다고 판단한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다. 일부 언론을 상대로 사자명예훼손 소송도 준비 중이다.
이를 두고 '2차 가해'라는 비판과 그런 주장이 오히려 과하다는 주장이 맞선다. 일부에서는 '3차 가해'라는 표현도 썼다. 하지만 유족 측 변호인은 물론이고 피해자 측 대리인은 "소 제기는 법치국가에서 시민에게 인정된 권리"라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2차 가해 개념이 재조명되는 이유다.
① 2차 가해 의미와 성범죄에만 적용되는지.
2차 가해는 특정한 피해 사실을 근거로 피해자를 모욕하거나 배척하는 행위다. 피해자에 대한 배려 부족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게 하는 것을 말한다. 모든 범죄 피해자에게 적용된다. 다만 성범죄의 경우 사실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정신적 피해를 줄 여지가 더 많기 때문에 조심하라는 의미에서 자주 언급된다.
처음에는 피해자가 입는 불이익·고통 등에 초점을 맞춰 '2차 피해'라는 용어가 쓰였으나, 피해자 탓을 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에 2차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가능케 하는 2차 가해라는 말이 제안됐다.
② 2차 가해 논란에 대한 유족 측 입장은.
유족 측 법률대리인 정철승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법률적인 문제로, 2차 가해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이 '3차 가해를 멈추라'고 말한 데 대해선 "3차 가해는 있지도 않은 말이고, 이런 말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2차 가해 개념도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어떤 합리적인 의심과 조사, 물음을 제기하는 것을 전부 2차 가해로 치부하는 것은 개념 남용"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인권위가 피해자 여성 측 주장만 일부 받아들였다"며 "(인권위가) 왜 그렇게 일을 무리하게 강행했는지 더욱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한 성적 언동 일부가 사실로 확인됐다며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③ 박 전 시장 피해자 측 견해는.
피해자 측 대리인은 "(박 전 시장 유족 소송이) 2차 가해라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소송을 제기할 자유는 있다는 것이다.
법적 절차를 회피하고 죽음으로 피해자 법적 권리 주장을 봉쇄한 자는 비난할 수 있지만, 소송을 통해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또한 "인권위가 박 전 시장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음을 고려해 최대한 신중하게 판단했다"며 "오히려 행정소송을 통해 피해자가 입은 피해가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했다는 사실이 인정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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