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가 4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면서 물가 당국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태풍 피해마저 겹칠 경우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대해 "상방압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고 안정적인 물가관리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3일 밝혔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2.6%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1월(0.6%)과 2월(1.1%), 3월(1.5%)에 점차 상승폭을 키웠다. 4월에는 2.3%로 올라섰고 5월에는 2.6%를 기록하며 9년 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6월에는 2.4%로 상승률이 소폭 낮아졌으나 7월에는 다시 2.6%로 복귀했다.
정부는 당초 하반기에는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봤다. 2분기에는 지난해 저유가로 인한 기저효과가 반영돼 물가 목표를 상회하는 2% 중반을 기록하지만 하반기에는 기저효과가 완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예상은 하반기 초입부터 빗나갔다.
7월 소비자물가는 농축산물과 석유류, 전기·수도·가스, 외식물가, 집세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상승했다. 농산물(11.1%)과 축산물(11.9%)의 오름폭이 모두 컸다. 전체 물가에서 농산물은 0.46%포인트, 축산물은 0.30%포인트를 기여했다.
공업제품도 전년 대비 1.9% 상승했으며 석유류가 19.7% 올라 전체 물가의 0.76%포인트 끌어올렸다. 품목별로는 경유(21.9%), 휘발유(19.3%)의 가격이 모두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는 개인서비스가 2.7% 올랐으며, 보험서비스료(9.6%), 공동주택관리비(6.2%) 등의 상승폭이 컸다.
등락폭이 큰 농수산물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와 체감물가지표인 생활물가지수도 상승했다. 근원물가는 1.7% 상승해 3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생활물가지수도 3.4% 올랐다.
기재부는 7월 물가 상승폭이 다시 커진 이유로 일부 리스크 요인들이 현실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폭염으로 인한 기상악화로 농축산물의 가격 상승세가 계속됐고 OPEC+의 합의 지연으로 유가도 상승했다. OPEC+는 지난달 1일 회의를 시작해 18일에야 합의를 도출했으며 이 기간 중 두바이유의 배럴당 평균 가격은 73.4달러에 육박했다.
정부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된 2분기부터 물가관계차관회의 등을 통해 물가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장바구니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실정이다. 일례로 계란 가격의 경우 상반기 2억개가 넘는 수량을 수입했음에도 7월 계란 가격은 전년 대비 57% 상승하며 2017년 7월(64.8%) 이후 4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장 방문에 나섰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정농수산도매시장과 이마트 둔산점을 찾아 "농축수산물 물가수준이 여전히 높고 폭염과 태풍 피해 등 추가 상승 리스크도 존재한다"며 "추석 전까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추석 성수품 공급규모 확대와 조기 공급, 수입물량 확대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홍 부총리는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계란 가격이 6000원대로 인하될 수 있도록 계란 가격에 대해서도 특단의 대응을 주문했다. 정부는 8월과 9월 각각 1억개의 계란을 수입할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aT에 4000원인 수입 계란 공급가격을 1000원 인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