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는 지금 아니면 영영 못 산다'는 공포심리가 매수를 부추기며 집값 불장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벼락부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나만 소외됐다'는 불안감과 함께 전세가 상승세까지 겹치면서 실수요자들의 추격 매수가 집값 상승세를 떠받치는 모습이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셋째 주(16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이 0.4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3~4주 0.36% 상승에 이어 이달 첫째 주 0.37%, 지난주 0.39%, 이번 주 0.40%로 5주 연속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경기가 지난주 0.49%에서 이번 주 0.50%로, 서울이 지난주 0.20%에서 이번 주 0.21%로 상승폭을 키웠다.
서울 집값은 천장을 모르고 치솟고 있지만, 거래절벽은 심화되는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19일까지 서울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매거래는 총 543건으로 전달 4040건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실거래 신고 기한이 30일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8월 거래량이 전월 거래량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통상 거래절벽을 집값 하락 신호로 해석하지만, 이번 거래절벽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서울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확신이 공고해지면서 무주택자들이 내 집 마련을 서두르는 반면, 콧대가 높아진 집주인들이 호가를 계속 높이면서 거래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거래절벽 속에서의 집값 상승은 무엇보다 심리적인 영향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금 문제로 처분해야 할 집들은 다 처분됐고 이제는 장기보유에 들어간 물건들이 대부분이니, 거래절벽에도 호가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라며 “다주택자들은 세금부담으로 매수를 중단했지만, 무주택자나 실수요자들의 추격 매수심리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최근 서울 중저가 지역에서 실수요자들의 갭투자나 무주택자들의 추격매수가 이어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주택자들은 지난 2~3년간 가격 급등을 경험한 데다가 전세 불안까지 겹치면서 내 집 마련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1주택 마련에 대한 열망이 큰 상황에서 대출 문이 좁아지기 전에 최대한 레버리지 투자를 하려는 심리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수요층들이 선호하는 똘똘한 한 채 부족이 서울 주요 신축 단지들의 신고가 거래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아파트, 중대형, 신축, 브랜드 대단지 등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대출이 막혔는데도 불구하고 고가 아파트에서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며 “비아파트 시장의 경우 수요 유입이 안 되는 곳들이 많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부의 주택 공급이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러시를 잠재우기에는 부족하다고 평했다. 김 소장은 “이제 막 택지를 조성하는 단계여서 주택공급 확대는 체감이 안 되고 계속 오를 것이란 불안감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금리 인상보다는 전세시장 불안으로 인한 거주 안정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덧붙였다.
윤 연구원은 “세종의 경우 가격이 부담이 커지자 수요자들이 이탈하며 최근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서울은 아직 수요자 이탈이 발생할 만한 시그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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