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與, 대선 앞두고 언론에 ‘재갈’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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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입력 2021-08-1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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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문체위 전체회의 열고 언론중재법 ‘강행’

  • 25일 본회의 처리 예정…절차적 흠결 지적

이달곤 국민의힘 간사(오른쪽)와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의결을 앞둔 전체회의에서 도종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를 막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의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법안의 내용적 흠결은 물론 야당이 요구한 안건조정위를 ‘꼼수’로 무력화시키는 등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언론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민주당 소속 도종환 문체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상정, 기립표결로 의결을 강행했다. 전체 16명 가운데 9명이 찬성해 통과됐다. 민주당 소속 위원들과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찬성했다. 국민의힘은 위원장석을 에워싸고 항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친 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문체위는 약 3시간에 걸쳐 찬반토론을 벌였지만, 애초 입법 강행을 결정한 민주당의 요식행위였다. 도종환 문체위원장은 “논의가 계속 공전하고 똑같은 얘기가 반복되고 있어 계속 절차를 진행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표결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위원들의 거센 항의가 있었지만 표결은 진행됐다. 회의장을 찾아온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여기가 북한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체회의에 앞서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 50여명을 문체위 복도 앞에 긴급 소집해 민주당을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구제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진짜 목적은 언론을 통제하고 장악하여 정권비판 보도를 원천봉쇄하겠다는 데 있음을 누구나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며 “정권을 향한 언론의 건전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강행처리는 현대판 분서갱유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체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산회 뒤 기자들과 만나 “소위 말하는 전체주의 국가의 운영 방식”이라며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 법을 통해 대선 준비를 하면서 한국 언론의 자유를 꺾어 악용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개정안은 언론 등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손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허위·조작보도와 관련한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문제는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 ‘허위·조작보도’ 등의 개념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고무줄’ 잣대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법률상 명확성의 원칙 위배 소지가 있는 셈이다. 또 명예훼손죄 등 기존 법령으로 충분히 조정 가능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법안이 처리될 경우 이중 처벌 발생의 소지도 있다. 과한 처벌로 언론 자유가 위축돼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정치·자본 권력에 대한 언론의 비판을 무디게 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절차적 흠결도 있다. 민주당은 6명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에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사실상 여당이나 다름없는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포함시켰다. 여당과 야당 3대 3으로 구성하게 돼 있는 안건조정위가 4대 2 구조로 짜이면서 최장 90일까지 보장된 활동 기간은커녕, 구성 당일에 종료됐다.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마저 부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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