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변화 못쫓아가 규제 사각...'머지 사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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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이봄 기자
입력 2021-08-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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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당국, 금융환경 디지털화 속도 못따라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머지포인트 발행사 머지플러스 본사 사무실 모습. 임직원이 모두 철수한 상태다. [사진=서대웅 기자]


대규모 환불 대란을 일으킨 '머지포인트 사태'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환경의 빠른 디지털화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정부다. 결과적으로 규제 사각지대가 커졌고 머지 사태가 발생했다.

머지포인트와 같은 선불전자지급수단 시장은 전자금융 확대와 맞물리며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선불업자가 발행한 포인트 잔액은 2015년 말 90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2조4000억원으로 5년여 만에 2.6배 급증했다. 이마저도 전자금융업자(전금업자)로 등록한 회사의 발행잔액 규모다. 머지포인트처럼 미등록 회사가 발행한 포인트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업계는 머지포인트 잔액을 1000억원 규모로 추산한다.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감독당국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은 현행법상 전금업자로 등록한 회사만 감독할 수 있다. 미등록 회사에 대한 규제 사각지대 발생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선불시장에서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지 않은 점에 대해선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감원은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는 금융 서비스에 경보를 내리고 있다. 이 시장에서 소비자 피해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규제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픽=아주경제]


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할 만큼 시장이 커졌지만 그만 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고리대금 업체로부터 서민을 보호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인 과거와도 비교된다. 불법 채권추심 행위와 이자율 등을 규제하기 위해 대부업법이 2002년 제정·시행됐는데, 금융당국은 이보다 앞선 2001년부터 소비자 피해신고 조직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불법 사금융 시장을 관리하기 위해 관계기관에도 협조를 구했다. 금감원은 현재 불법금융대응단을 운영하며 불법 대부업자 제보를 받으면 이를 수사당국에 수사를 의뢰한다.

지금이라도 범정부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령으로 전자금융 시장의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도 미등록 업자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이 손 쓸 방법이 없는 탓이다. '제2 머지사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금감원의 불법금융대응단은 불법 사금융과 유사수신, 무인가 금융투자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미등록 전금업자 영업에 대해서는 별도로 관여하지 않는다.

현재 당국에 등록된 업체여도 소비자 불안은 커진 상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놨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머지 사태처럼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환불을 요구했을 때, 이를 대응할 수 있는 회사가 몇이나 될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선불충전금의 외부예치 의무화 △고객의 우선변제권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금융위와 한국은행 간 갈등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한은이 조속한 전금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회 통과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도 있다. 한은은 지난 18일 머지 사태와 관련한 입장문을 내고 "한은은 지급결제 관련 사항을 제외한 전금법 개정안을 조속히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소비자 보호 관련 일부 조항은 더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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