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기업人] 이수향 코스메쉐프 대표 “한국 전통원료로 K뷰티 새 역사 쓸 것”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나경 기자
입력 2021-09-03 07:4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이수향 코스메쉐프 대표 [사진=코스메쉐프 제공]


코로나19로 화장품 성분의 중요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장시간 마스크 착용으로 피부 트러블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피부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화장품 원료 자체가 곧 시장의 성공 열쇠가 된 셈이다.

국내 전통 원료인 ‘고약’을 바탕으로 천연화장품을 개발해낸 코스메쉐프는 최근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코스메쉐프는 셰프의 손맛으로 먹을 수 있을 만큼 안전하고 건강한 화장품을 요리한다는 뜻이 결합된 사명이다. 극심한 아토피로 고생하는 딸아이의 아픔을 치유해주고자 엄마의 마음으로 지난 2019년 출시한 세안고체팩 ‘흑당고’는 와디즈에서 총 8억원의 크라우드 펀딩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시중에서의 흑당고 인기로 전체 매출은 전년보다 10배 이상 올랐다.

흑당고를 개발한 코스메쉐프 이수향 대표는 3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피부 건강의 본질에 집중해 우리나라의 전통 원료로 꼽히는 ‘고약추출물’을 활용한 것이 흑당고만의 차별화된 인기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코스메쉐프 세안고체팩 흑당고 [사진=코스메쉐프 제공]
 

흑당고는 돌멩이처럼 생긴 까만 비누로 고약을 주원료로 한다. 고약은 피부에 쌓인 노폐물을 해독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지닌 성분으로 화장품이 없던 시절부터 각종 종기나 부스럼을 치료하는 데 쓰였다. 이 대표는 이러한 고약의 효능을 일찍이 깨닫고, 고약 추출물을 담은 흑당고를 개발해냈다. 10~20분간 피부에 부착해야 하는 일반 팩과 달리, 흑당고에 물을 묻히고 60초 동안 얼굴을 마사지하듯 비벼준 후 세안하면 된다. 이 대표는 “코로나 이전부터 일찍이 미세먼지, 환경호르몬 등의 바이러스 문제가 지속할 것을 예견해 피부 해독에 관심을 두던 중, 어린 시절 할머니가 고약을 직접 만들어 종기나 다래끼가 난 부위에 붙여줬던 일이 떠올랐다”며 “각종 문헌을 뒤진 끝에 고약의 효능에 대해서 깨닫고, 곧바로 이를 화장품에 활용할 수 있는 ‘고약 추출물’로 원료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사업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1년 개발 끝에 선보인 ‘뷰슐랭 앰플’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해 창업한 지 2년 만에 자본잠식으로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20년간 아모레퍼시픽부터 야쿠르트, 유한양행 등 다양한 회사를 거친 경험을 토대로 심사숙고해 시장에 내놓은 첫 제품임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혹했다. 그는 “미래의 뷰티산업의 방향에 확신이 들 때쯤 코스메쉐프를 창업했지만 헝그리정신이 무기인 스타트업에 도전하고 나서도 큰 조직에 있을 때의 습성이 그대로 배어 나왔다”며 “크게 생각할지라도 작고 민첩하게 실행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과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때 많은 예산과 시간을 낭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던 중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마케팅에 매달렸다”며 “그 과정에서 화장품 회사의 경쟁력은 대형 유통 회사도, 거대 자본도 아닌 고객이란 것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흑당고 제품 관련 소비자 리뷰 [사진=코스메쉐프 제공]


이 대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에 공을 들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금난을 겪고 있던 이 대표에게 SNS는 돈들이지 않고 가장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이었다. 제품 런칭 후 광고비를 들여 인지도를 쌓는 '대기업 홍보 방식'도 과감히 버린 것이다. SNS를 통해 고객들의 피부 고민에 귀 기울이고 그에 맞춰 제품을 조금씩 개선해 나갔다. 그 결과 특별한 홍보 활동 없이도 고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흑당고의 효능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 고객들로부터 ‘뷰티 대장금’이란 별명도 얻게 됐다. 매일같이 SNS를 통해 화장품 제조 과정을 공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얻게 된 별명이다. 그는 “론칭 전부터 흑당고의 샘플을 고객들에게 나눠주고, 흑당고 제조 과정을 촬영해 SNS에 공개하는 등의 소통을 꾸준히 해왔다”며 “회사 기밀이기도 한 화장품 제조 과정을 공개한다는 건 쉽지 않았지만, 이런 어려운 결정은 결국 소비자의 신뢰로 돌아왔고 현재는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코스메쉐프는 흑당고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마케팅 업계의 성공열쇠로 불리는 부스터즈의 러브콜도 받았다. 부스터즈는 링티, 디닥터, 김치시즈닝 등 독특한 대박 아이템들을 초기에 발굴, 파트너십을 맺어 브랜드 가치와 매출을 끌어올리는 브랜드 마케팅 엑셀러레이팅 전문회사다. 코스메쉐프와 부스터즈의 인연은 지난해 와디즈를 통해 흑당고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을 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부스터즈와 올해 5월부터 본격적인 협업에 나섰다. 협업을 통해 TV, PC, 모바일 등 전방위적으로 광고를 진행해 인지도를 높여나갈 예정”이라며 “이미 대중적인 인지도가 없는 상태에서도 강력한 입소문을 바탕으로 매출 성장을 이끈 상황에서 부스터즈와의 협업까지 더해져 올해 더 큰 성장을 기대 중이다”라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다음 목표는 글로벌 진출이다. 앞으로 5년 내 글로벌 유통업계의 거대 공룡으로 꼽히는 ‘세포라’와 ‘아마존’에 코스메쉐프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종 글로벌 뷰티 박람회에 참가하고, 전통 식재료와 제철 음식 재료를 담은 다양한 컬러푸드의 세안 고체팩과, 리얼진액 팩 등을 준비 중이다. 특히 올해는 피부 건강 외에도 몸속 건강까지도 책임질 수 있는 ‘흑당고 장뷰티’ 제품 라인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 대표는 “한국 전통 식문화에서 찾아낸 건강한 천연 약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K-뷰티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천연원료를 기반으로 한 화장품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려는 의지도 강하다. 이 대표는 “한국에는 여전히 효능은 뛰어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천연원료들이 많다”며 “회사를 운영하면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들을 뷰티클래스나 강연회를 통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지닌 천연원료에 대해 알려 제2, 제3의 코스메쉐프를 탄생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겐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조언을 전했다. 그는 “마케팅 성공방정식의 중심엔 고객이 있다.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진 고객을 찾고, 이들의 목소리에 집중해야 한다”며 “요즘은 온라인에서 고객을 만날 수 있는 방법들이 무궁무진하고, 심지어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고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누가 확신을 가지고 발빠르게 실행에 옮기느냐의 게임이라는 점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