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신용평가는 '석유화학산업의 ESG 영향 분석, 높아진 환경규제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까'를 주제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원종현 한신평 실장은 "석유화학 업계는 탄소배출량 감축과 일회용품 사용 규제로 영업환경의 변화를 직면하고 있다"면서 "EU의 탄소국경세 도입 결정은 중단기적으로 제한적이고,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 역시 바이오·재활용 원료 기반 석유화학제품 출시를 통해 대응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연합은 지난 7월 탄소국경세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시멘트 △철강 △알루미늄 △비료 △전력 등 5개 업종은 2026년 1월부터 탄소국경세가 본격 부과되는데 EU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석유화학제품에도 탄소국경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일정 조건을 만족한다면 수입업자는 탄소국경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럼에도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탄소국경세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 실장은 "탄소국경세 부과로 예상되는 석유화학 수출 감소액, 유럽 화학업체가 제공받고 있는 무상 할당량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도 마찬가지다. 올 1월부터 EU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일회용 포장재 폐기물에 대해 Kg당 0.8유로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7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식기 등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순환 경제 구축을 위해 PET 병 제조 시 재활용 원료 사용 비율을 2030년까지 30%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중국 역시 발포 플라스틱 음식물 포장 용기 등 일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했다.
이는 바이오, 재활용 플라스틱 생산으로 대응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피언 바이오플라스틱스의 전망에 따르면 바이오플라스틱 생산능력은 앞으로 5년간 매년 6.35% 씩 증가해 2025년에는 연산 287만톤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제품 제조 시 친환경 원료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제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바이오 플라스틱, 재활용 플라스틱 생산능력 확보 등 대응이 미흡한 업체의 경우, 수익창출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이란 석유 기반 원료 대신 바이오 원료를 사용해 제조되는 석유화학제품이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 저감 효과뿐만 아니라 소비 이후 폐기물 처리 시에도 친환경적이다. 지난해 말 우리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는 2050년까지 생활 및 사업장 플라스틱의 47%(사업장 플라스틱 45%, 생활 플라스틱 100%)를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목표가 구체적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LG화학은 △바이오 소재와 재활용 플라스틱 △신재생에너지 산업 소재에 총 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고, 롯데케미칼 역시 수소 밸류체인 구축 등 향후 10년간 친환경 사업에 5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지오센트릭 역시 2021~25년에 걸쳐 생분해성 수지 등 친환경 소재 생산설비, 폐플라스틱 처리 설비 등에 약 5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다만 한신평은 "탄소국경세의 도입을 계기로 글로벌 환경규제 변화 속도가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기술 개발 성과, 친환경 제품에 대한 대량 양산체제 확보 여부에 따라 기존 탄소기반 플라스틱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사업 경쟁력은 서서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규제 대응이 미흡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기에 업체별 대응 수준에 따라 신용도는 차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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