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허선아 류희상 신예슬 부장판사)는 지난 2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빗썸홀딩스 이사회 의장(45)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형사소송법상 공판준비기일에 검사·변호인이 출석해야 하나,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의장은 2018년 10월 김병건 BK그룹 회장에게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인수와 공동 경영을 제안하면서 '빗썸코인(BXA)'을 발행, 추후 빗썸에 상장하겠다고 기망해 계약금 112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날 이 전 의장 측 변호인은 공판준비기일 일주일 전에 사건을 수임했다며 "40권에 해당하는 증거목록을 다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며 공판 기일을 늦춰줄 것을 재판부에 호소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형사14부(김지완 부장검사)는 지난 7월 6일 이 전 의장을 불구속 기소했지만, 기소한 지 3달 가까이 되고 나서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던 상황이다. 김 회장 측 변호인은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이 사건은 수사가 장기간 지연돼 피해자들이 오랜 기간 고통을 받았다"고 재판 지연 우려를 한 바 있다.
발언 기회를 얻은 김 회장 측 변호인은 "재판이 더 이상 지연돼서는 안 된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재산을 추적이 어려운 비트코인으로 돌려 해외로 은닉시키려는 정황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에 "오늘 증인신문 기일을 정하고 재판이 공전되지 않도록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 전 의장 측 변호인의 발언을 의도가 있는 '재판 지연 전략'으로 보고 피고인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런 식으로 불성실하게 재판에 임하면 유리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제너시스 BBQ와 bhc의 법적 공방이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권오석 부장판사)는 지난 29일 BBQ가 bhc와 박현종 회장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침해금지 등 청구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BBQ는 내부 그룹웨어에 무단으로 접속한 전 직원이 BBQ의 사업 매뉴얼이나 주요 영업비밀을 이후 입사한 bhc로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BBQ는 지난 2018년 11월 bhc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제기 당시 BBQ가 자체 추산한 피해액은 7000억원에 달한다. BBQ는 이 중 1001억원만 bhc에 청구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특정한 자료들이 법률상 영업비밀의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영업비밀'은 공연히 알려지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갖는 것으로,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생산·판매방법과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재판부는 해당 자료에 대해 "(치킨) 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사항, 불특정 다수나 업계에 이미 알려진 사항 등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며 "원고를 통하지 않고 입수할 수 없다거나 그 사용을 통해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취득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부분이 없다"고 판단했다.
BBQ가 해당 직원이 빼돌렸다고 보는 '신제품 출시 정보' 관련해서도 "'신제품 출시 정보'에는 신제품 이름·출시일·가격·특징·제조방법 등 각종 정보가 포함된다"며 "원고는 전단지 화면 사진만 제출했는데, 대략적 특징만 기재돼 있는 전단지 특성 상 경제적 가치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날 재판은 bhc 승소로 끝났지만 '치킨전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BBQ 측은 "피해 규모에 관한 자료나 검증 절차도 없이 나온 판결에 유감이다"며 "억울함을 밝힐 수 있도록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bhc 측은 "BBQ 측이 사실 관계와 법리를 무시한 채 무리한 소송을 제기해 온 결과"라고 맞섰다.
한편 bhc 박 회장이 BBQ 내부 전산망을 불법으로 접속해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침해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서울동부지법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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