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첫 임금교섭부터 신경전…‘영업이익 25% 성과급’ 최대 쟁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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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1-10-0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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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조, 전 직원 연봉 1000만원 인상 요구...수용 땐 평균 연봉 1억8260만원

  • 80분 만에 종료...사측 교섭 대상 '상무급' 반발, 노조 요구안도 전달 못해

삼성전자 노사가 창사 이래 첫 임금교섭에 돌입한 가운데 시작부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이번 임금교섭의 최대 쟁점은 노조가 요구한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조항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50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전체 영업이익의 4분의1(약 12조5000억원)을 삼성전자 임직원(11만1000여명)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면 1인당 적어도 1억원 이상을 추가로 받게 된다.

재계는 LG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잇따라 8% 이상 임금을 인상한 가운데 재계 1위인 삼성전자마저 높은 임금 인상을 단행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후 2시 경기 용인 기흥캠퍼스에서 첫 상견례를 갖고 2021년도 임금교섭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번 교섭은 지난해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무노조 경영 폐기’를 약속한 뒤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8월, 창립 52년 만에 노사가 첫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 4개 노조는 이번 임금교섭을 위해 공동교섭단을 꾸렸다. 교섭단에는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 삼성전자구미지부노동조합, 삼성전자노동조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이 모두 참여했다. 삼성전자 노사가 이번에 합의점을 도출하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임금교섭이 타결된 사례가 될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8년 노조 설립 이후 몇 차례 임금교섭을 벌인 적은 있었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전무 아닌 상무, 사측 교섭 책임질 대상 아냐"...80여분 만에 종료 

첫 임금교섭의 닻을 올렸지만 노사 양측은 시작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보였다. 협상 대상의 급을 놓고 이견을 빚으면서 약 1시간 20분 만에 종료된 것이다. 노조 측은 회사의 대표 교섭위원이 지난해 전무급에서 올해 상무급으로 내려간 점 등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교섭위원들이 교섭을 책임질 수 있는 단위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이것을 상견례라고 보지 않겠다고 전했다"며 "조만간 상견례를 다시 열고 정식으로 교섭 요구안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마련한 임금교섭 요구안 초안에는△직원 계약 연봉 일괄 1000만원 인상 △자사주 지급(1인당 약 107만원) △코로나19 격려금 지급(1인당 약 350만원)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날 신경전으로 인해 노조는 사측에 요구안을 직접 전달하지 못했다.

이는 앞서 삼성전자가 지난 3월 사내 자율기구인 노사협의회와 협상을 통해 발표한 올해 총 7.5%의 임금 인상안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특히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조항을 놓고 노사가 치열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노조 요구안 수용하면 지난해 보다 급여 1.5배 인상 

업계에선 노조의 임금 협상안 초안이 그대로 반영될 경우 직원 1인당 급여가 지난해 수준보다 평균 1.5배 인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작년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의 임금·경영실적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노조 요구대로 임금교섭이 타결되면 직원 1인당 평균 급여가 약 1억826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1인당 평균 급여(약 1억2100만원) 대비 51%가량 오른 수준이다. 리더스인덱스는 직원 1인당 급여가 6000만원 오르면 삼성전자의 당기순이익이 최소 6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요 대기업들이 잇달아 임금 인상 바람에 편승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글로벌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향후 성장 동력이 주춤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 6월 기본급 8% 인상에 합의했고, LG전자는 지난 3월 성과연동제 3.5%를 포함한 임금 인상률 9%에 합의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측은 “관련 절차를 준수하고 노조와 대화에 성실히 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단체협약 체결식 모습 [사진=한국노총금속노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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