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국민이 본지(本旨)는 제쳐두고 사흘을 쉬거나 즐긴다는 생각을 먼저 할텐데, 세계가 최고라고 찬양하는 한글과 우리말을 제대로 아끼며 바르게 쓰고 있는지 되살펴보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훈민정음(訓民正音)이 의미 하는 대로 국민이 바른 언어생활을 좇아 실천해야 나라가 바로 서고 사회가 올바르게 나아가기 때문이다.
수년 전 ‘틀딱충’이라는 어휘를 처음 대할 때의 충격을 아직도 온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틀니를 딱딱거리는 벌레라는 뜻으로 쓰이며 노인들을 얕잡아 표현하는 것이라 했다.
이제는 도처에서 줄임말이라 하여 쓰이는 야릇한 어휘에 세대와 부문의 차이를 넘어 ‘은어(隱語)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기분이다.
미국에서 ‘속어사전(Slang Dictionary)'을 내놓아 수평적 소통을 돕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언어생활은 가급적 온전한 표현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과 사회의 품격’을 견지하는 첩경이라고 본다. 공공매체에서는 이 점에 더욱 유의할 일이다. SNS에서 속도와 효율이 중시된다 해도 모국어를 계속 오염시키거나 훼손하는 짓은 삼갈 일이다.
국민의 일상도 그러려니와 정치, 사회, 교육, 문화, 종교 등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더욱 품위 있는 언어를 쓰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최근에는 정치인들의 막말이 개운찮은 파장을 낳고 있다.
교수나 교수 등 교육계 인사들조차 ‘사회가 거꾸로 된 듯’한 설화(舌禍)를 남기기도 한다. 자극적인 말로써 세상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자 습관성 후유증을 떨치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으니, 우리네 어문(語文) 생활을 총체적으로 되짚어 보는 국민운동을 강화하면 어떨까?
‘스마트 오피스 조식&간식, 케이터링 서비스’,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패스트런치 뷔페‘, ’이미그로서리 치킨‘. 서울 중심 지역에 세워 놓은 식당의 광고 문구다. 이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국 어디서나 볼수 있는 혼돈의 어문세계다. 어떤 곳은 우리나라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표기 자체를 외국문자로 하기도 한다.
일본문화의 언어적 찌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곤색, 기스, 노가다, 뗑깡, 다대기, 똔똔, 마호병, 뗑뗑이, 가라 등
부지불식간에 쓰고 있는 어휘들이 마약처럼 잔류돼 있다.
국민적 소통을 위해 전문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고쳐 쓰는 노력을 정부가 앞장서서 오랜 기간 기울여 왔지만, 아직도 순수한 우리식 표현을 일상화하지 못한 게 매우 많다.
행정기관과 사법기관이 더욱 애를 써야 할 대목이다. 서울의 광화문 광장에 세종대왕 동상을 우람하게 세워놓고 바로 뒤의 경복궁 정문 광화문엔 ‘門化光’ 현액이 걸려 잇다. 한글로 ‘광화문’으로 바꿔 걸기를 제의한다,
광화문에 이어진 태평로엔 덕수궁이 있고 그 현액은 ‘門漢大’로 되어있다. ‘대한문’으로 바뀌길 기대한다. ‘문한대학교 정문’이 아니다. 우리 문화재 원전 보존을 주장하는 사이에 중국 관광객은 그네들의 ‘속국’임을 느끼고 간다.
하긴 지나치다는 뜻으로 쓰는 ‘너무’가 아무렇게나 너무 많이 쓰이고 있어서 우리말이 과잉 마취된 상황이니 어쩌랴! ‘너무 좋다’, ‘너무 예쁘다’, ‘너무 멋져’가 말이 되나? 너무가 너무 흔히, 너무 잘못 쓰여서, 너무 걱정되는 한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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