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별세] 노재현​·노소영​·김옥숙 3인 소회 보면 '한국 정치 나아갈 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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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1-10-3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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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8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희생과 상처, 가슴 아파해"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고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가운데) 여사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엄수된 국가장(國家葬) 영결식을 끝으로 영원한 안식에 들어간 가운데 유족들이 소회를 밝혔다.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는 31일 유족 추모의 글을 통해 "이제 그토록 사랑하던 조국과 가족을 뒤로하시고,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고 편하게 쉬시기를 바란다"며 "이제 아버지를 보내드린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명암과 함께 살아오신 인생, 굴곡 많은 인생을 마감하셨다"고 밝혔다.

그는 "(부친은) 군인, 정치인, 대통령을 거쳐 일반 시민으로 돌아오자마자 무거운 사법의 심판으로 영어의 몸이 될 수밖에 없었다"며 "그 후 큰 병을 얻어 긴 시간 병석에 누워 고통스럽게 지냈고, 결국 영광과 상처가 뒤섞인 파란 많은 생을 마감했다. 그것 또한 본인의 운명으로 받아들이셨다"고 설명했다. 

노 변호사는 "대통령 퇴임 후 큰 수모를 당하실 때조차 당신이 다 짊어지고 가겠다고 말씀했다"며 "원망의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국민과 역사에 대한 무한 책임을 철저하게 지키려고 노력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노 변호사는 "아버지는 5·18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희생과 상처를 가슴 아파했다"며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자 했다. 대통령 재임 시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학생·시민·노동자·경찰,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희생에 안타까워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대의 과오는 모두 (노 전 대통령) 당신이 짊어지고 갈 테니 미래세대는 우리 역사를 따뜻한 눈으로 봐주기를 간절히 원하셨다"고 전했다. 

또한 "선친이 늘 강조한 신조가 ‘비굴하지 말아라’, ‘민족 자존심을 지켜라’였다"면서 "6·29선언을 결단하고 북방정책이라는 자주외교를 펼치게 된 것은 이 신조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 변호사는 "특히 6·29선언은 한국 정치는 물론 아버지 개인의 정치 인생의 대전환점이었다"며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본인부터 민주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투철한 의식은 우리 가족에게도 그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아버지는 평생 자신과 가족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완벽한 분은 아니었다"며 "허물도 있고 과오도 있으셨지만, 하지만 자신을 숨기거나 속이지 않으셨다. 거짓말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으로서는 공과 과가 있지만 가족에게는 최고의 아버지였다. 단지 많은 시간을 함께 못 나눈 아쉬움이 클 뿐"이라며 "이제 그토록 사랑하던 조국과 가족을 뒤로하시고,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고 편하게 쉬시기를 바란다"고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장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도 이날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지난 6일(은) 마치 꿈속에서 지난 것 같다"며 "서울대 응급실에서 아버지와 마지막 눈맞춤을 한 지 일주일이 안됐는데, 오늘 아침 아버지의 유골함을 뵈었다"고 첫 심경을 적었다. 

노 관장은 "장례 기간 중 정말로 많은 분들의 은혜를 입었다"며 "조문해주신, 장례식을 준비해주신, 마음으로 위로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올린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말로도 감사의 마음이 충분히 표현되지 않는다"며 "앞으로 열심히 바르게 살아 은혜와 빚을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날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엄수된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에는 부인 김옥숙(86) 여사가 직접 참석해 남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1시간 가까이 꼿꼿한 자세로 영결식을 지켜보던 김 여사는 마지막 순서로 고인 영정에 헌화와 분향을 하면서 눈물을 쏟았다.

김 여사는 소뇌위축증 등 지병으로 오랜 병상 생활을 해온 노 전 대통령의 곁을 지켜왔다. 장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지난 4월 페이스북에 ‘아버지의 인내심’이라는 제목으로 "어머니가 (아버지) 곁을 죽 지키셨다. 어머니의 영혼과 몸이 그야말로 나달나달해지도록 아버지를 섬기셨다"는 글을 썼다. 또 노 관장은 지난 28일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입관 후 조문객에게 "아버지 편안하게 가셨다. 얼굴이 살아계셨을 때보다 편안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사망했다. 평소 앓던 지병과 합병증, 노화가 사망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가장’으로 치러졌다. 5일장으로 정해진 장례는 전날인 30일 열린 영결식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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