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현실과 동떨어진 조세제도에 기업들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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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1-11-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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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종 지원책, 기술 변화 속도 못 따라가 무용지물”

조세제도나 관련 규제가 기업 현장이 변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 지원·규제 등 본래 목적에 맞는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기업현장과 괴리된 10대 조세제도’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국내 336개 대·중소기업은 조세제도가 기술발전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데 공감했다.

응답기업 중 81.3%가 신성장 기술이 시행령에 즉시 반영되지 않아 세제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탄소중립을 위해 수소경제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그린수소 등 수소 관련 신기술은 아직 신성장 기술에 반영되지 않았다.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는 신성장 기술로 지정돼 세액공제의 대상이지만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중에서도 최신 기술인 지능형반도체는 신성장 기술이 아니다.

반도체부품을 제조하는 A사 관계자는 “연산과 저장기능을 갖춰 인공지능(AI) 핵심기술로 각광받는 지능형반도체 PIM(Processing In Memory)을 개발하고 있지만 정부에서 지정한 신성장 기술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반 연구·개발(R&D) 공제를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공제대상이 되는 신기술의 범위가 넓고 R&D에 대한 세제지원도 유연하게 적용한다.

중국의 ‘고도 신기술산업’에 대한 R&D 우대지원 관련 제도를 살펴보면 기존에 가능한 것만 나열하는 ‘포지티브 방식’에서 제외되는 것만 나열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전환이 2015년 이뤄지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신성장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신성장 R&D 전담 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신성장·일반 구분 없이 R&D 업무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 이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작년 일반 R&D 조세지원을 신청한 기업은 약 3만4000개로 신청 비율이 99.4%에 달한 반면 신성장 R&D 조세지원은 197개(0.6%) 기업으로 저조했다”며 “신성장 투자를 늘리자는 제도의 취지에 맞게 하루빨리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336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진 ‘기업현장과 괴리된 조세제도’ 조사에서 항목별로 기업들이 ‘문제가 있다’고 답한 비율.[자료=대한상공회의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일감몰아주기, 가업상속공제 등의 규제가 기업 활동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제계에서는 관련 규제의 의도는 이해하면서도 지나친 규제로 현장 경영에 어려움이 많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의 편법적인 이전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계열사와의 내부거래가 불가피한 경우에도 증여세가 부과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번 조사에 응답한 기업 중 72.9%는 계열사가 관련 특허 등을 보유하는 등 어쩔 수 없는 내부거래에도 증여세가 부과되는 게 현실과 맞지 않다고 답했다.

또 7년간 중분류 내에서 동일 업종을 유지해야 하고, 가업용 자산의 80%를 유지하도록 한 가업상속공제 요건이 산업 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의 유연한 대처를 제한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들은 기업 현장과 괴리되는 조세제도 개선을 위해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또한 조세제도 연구·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세제지원 대상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

송승혁 대한상의 조세정책팀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기업 현장에 맞지 않는 조세제도 사례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조세제도는 이해당사자가 많고 복잡해 개정이 쉽지 않겠지만 현장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기업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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