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국, 어디로?] ②韓 '전략적 모호성' 벗어나야...北도발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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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12-2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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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산정책연구원, 28일 <2022 아산 국제정세전망> 발간 간담회

  • 한국, 고유의 정체성 밝히고 '북한 도발·한미동맹 균열' 대비해야

코로나19 사태로 붕괴한 국제질서를 재건하며 2022년 국제사회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중 양극의 전략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각각의 주요 국가(dominant power)들이 '새판짜기'에 몰두할 것이란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전략적 모호성을 벗어나 '고유의 정체성'을 보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한편, 미국의 눈치를 본 북한의 대남 도발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28일 아산정책연구원은 <2022 아산 국제정세전망> 발간을 계기로 화상 기자간담회를 실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강 부원장(원장 직무대행)과 △차두현 외교안보센터 센터장 △고명현 외교안보센터 선임연구원 △이상준 국민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12월 28일 발간한 아산정책연구원의 '2022 아산 국제정세전망' 보고서 표지. [자료=아산정책연구원]

 
◇韓 전략적 모호성 벗고 고유의 정체성 보여야...北도발 대비도 필요
이날 최 부원장은 내년 미·중 경쟁이 심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의 입장이 확고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난 몇 년 동안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미·중 경쟁에 대한) 선택을 거부해왔지만, (내년에는) 선택의 압박이 더욱 증가하는 상황 속에 들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략적 모호성이란 명확하게 특정한 입장을 취하지 않음으로써 위험 부담을 더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어 최 부원장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우리의 정체성과 부합하는 외교적인 입장, 대외적인 입장을 확실히 가져야 하며, 각각의 사안에 대해서는 이러한 원칙에 맞는 입장을 내세워야 한다"면서 "(과거) 한반도에만 갇혀 있던 시각에서 벗어나 국제 정세의 변화를 살피며 여러 국가들을 설득하고 협력을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발표를 이어받은 차 센터장 역시 "이제 한국이 해야하는 것은 '전략적 모호성'에 안주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라면서 "(이것이 과거와는 달리) 미·중 전략 경쟁 시기 우리 나름대로의 포지셔닝에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 센터장은 이에 대해 당장 내년 2월에 열리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지적하며 "갑자기 중국을 적으로 돌리거나, 반드시 미국과 일본을 따라할 필요는 없다"면서 "인권이나 민주주의 훼손과 같은 문제에 대해 우리 고유의 아이덴티티(정체성)을 충분히 투명하게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 센터장은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국제 정세의 축소판인 동아시아 지역에서 더 압축적인 (국제사회 경쟁의) 양상이 보여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중 경쟁으로 한반도 문제가 양국에 일종의 '하부 단위'로 여겨지기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과 중국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 양국의 이익을 강하게 투영하면서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위기)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면서 오히려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는 더 어려워진 환경이 전개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북한 문제 전문가인 고명현 외교안보센터 선임연구원 역시 이러한 점에서 내년 북한의 신형 잠수함 공개 등 대남 도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북한의 올해 대남 도발 건수는 6차례에 불과해 상당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내년 남한의 새 정부가 들어서고 미국의 눈치를 살피는 과정에서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무력 도발을 감행하는 등 충격요법을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 연구원은 북한이 딜레마 상황에 처해있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산적한 자국 내부 현안에 집중하면서 한반도에 관심을 쏟을 수 없는 상황인 한편, 북한으로서는 '레드라인'을 넘을 수 없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당국에 가장 부담이 덜 가는 선택은 '대남 도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에 대해 고 연구원은 "이는 (남한에) 전략적 우위를 과시하려는 측면도 있다"면서 "(내년) 새로 들어설 남한 정부에 북한이 남북관계의 주도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 연구원은 내년 한·미 동맹에 파열음이 날 수 있다고도도 우려했다. 그는 현재 미국 당국은 우리(한국)와는 달리 북한에 대한 자국의 억제력이 충분히 작동하고 있다는 입장인 데다, 우리의 경우 중국을 바라보는 입장이 미국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당장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문제)을 계기로 양국의 이견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이를 계기로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기고 피로도가 야기되면서 관계 약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12월 28일 아산정책연구원 화상 기자간담회 모습. 왼쪽부터 △이상준 국민대 교수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센터장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원장 직무대행)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선임연구원. [사진=줌 웨비나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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