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결산-메타버스] 디지털 영토로 진출, 다양한 시도 펼쳐진 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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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기자
입력 2021-12-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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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 한 해 메타버스라는 키워드는 업계 전체를 뒤흔들었다. 게임이나 소셜미디어 정도로 여겼던 메타버스가 산업 각 분야와 접목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냈다. 

메타버스가 갑자기 대두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졌고, 그 대안 중 하나로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특히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나아가 확장현실(XR) 등 메타버스의 기반이 되는 기술이 최근 몇 년 동안 구축돼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전환이 더 빠르게 일어났다.
 
메타버스 사업 선언한 메타(페이스북), 시장 규모 1천兆 기대도
올해 메타버스 분야에서 가장 큰 뉴스는 페이스북이 '메타'로 사명을 변경하고, 메타버스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발표한 일이다. 메타는 올해 10월 열린 커넥트 콘퍼런스를 통해 메타버스에 대한 비전을 발표하고, 하드웨어와 플랫폼을 아우르는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메타는 올 한 해 메타버스를 기존 서비스를 넘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투자를 늘려왔다. 올해 여름에는 전담 팀을 구성했으며, 가상·증강현실 기술 담당자를 최고기술책임자로 임명하기도 했다. 메타버스 사업부에 올해 최소 11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은 물론, 유럽 지역에 근무할 메타버스 분야 직원 1만명을 채용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 29억명을 보유한 메타의 이러한 발표는 업계 전체에 활기를 줬다. 메타버스 토지를 NFT(대체불가능토큰)로 발행하는 서비스는 일제히 '지가'가 뛰었고,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규모를 1000조원 규모로 전망하는 보고서도 등장했다.
 
비대면 시대의 화수분, 메타버스 대응 논의 본격화
국내에서도 메타버스로 뜨거운 한 해였다. 특히 정부의 활동이 눈에 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메타버스 경·사·문(경제, 사회, 문화) 포럼을 출범했다. 메타버스로 인한 경제와 사회 변화를 전망하고, 대응 방향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경사문 포럼에는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 디지털휴먼 기술 기업 펄스나인, 교육서비스기업 마블러스, 3D 디지털트윈 기술기업 다쏘시스템 등 주요 기업 관계자와 함께 사회·노동·디지털포용·경제·지식재산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 중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나인VR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해 기념식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개인정보보호위원회]

올해 9월 열린 1차 포럼에서는 메타버스의 지속, 사용자 안전을 위한 업계의 노력, 포용적 가치 실현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머리를 맞댔으며, 특히 정보소외계층에 대한 메타버스 접근권 확보, 메타버스상 아동·청소년 보호, 범죄 예방, 노동환경 변화 대응 등을 집중 논의했다. 포럼은 내년에도 지속 운영하며 범정부 차원 논의로 확대하는 등 안전한 메타버스 환경 조성을 위해 힘쓸 계획이다.

메타버스 관련 협·단체도 출범했다. 올해 5월, 과기정통부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의 메타버스 사업 확대를 위해 민간기업과 유관기관 등으로 구성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는 회원사 간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쇼핑/관광/도시 △교육/커뮤니티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제조/훈련/정비 △공공/행정 △의료/복지/건강 등 6가지 분야의 서비스를 기획하고, 이 서비스를 디바이스 분과에서 주도한 하드웨어에서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출범 당시 참여한 민간기업은 17개에 불과했으나, 현재 포럼에는 700여개 기업과 기관 등이 참여하며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민간 협회 역시 서로 연합하며 메타버스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KoVRA)와 한국모바일산업협회(MOIBA)는 메타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해 두 협회를 통합하고,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로 재출범했다. 향후 통합 협회는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참여하며 혁신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사업화를 지원하는 등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버스 전문인력 키워라, 학계·정부도 나서
메타버스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전문인력 양성 필요성도 커졌다. 국내에서는 서강대학교가 최초로 메타버스전문대학원을 설립했다. 세부전공은 크게 메타버스비즈니스,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메타버스테크놀러지 등으로 구분하지만, 실제 교육에서는 전공을 허문 융합형 교육을 진행한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도 디지털콘텐츠 미래인재 발굴 육성 사업을 펼쳤다. 디지털콘텐츠 분야에서 창업이나 취업을 원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교육생을 선발하고, 현장에서 즉시 일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키우는 사업이다. 이번 사업에서 교육을 맡은 한국전파진흥협회는 내년부터 메타버스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산업계에 전문인력을 진출시킬 예정이다.

최근 열린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도 정부는 신기술·융합, 교육·의료, 문화·여가, 농림·수산, 환경 등 5개 분야에서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콘텐츠 가치 평가사 등 총 18개의 신직업을 발굴한다는 계획이 나왔다. 콘텐츠 분야를 미래 유망 신직업으로 삼고, 집중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다양한 시도 많았던 한 해, 내년에는 본격적인 상용 서비스도 기대
메타버스가 등장한 초기에는 대부분의 서비스가 게임이나 3D 소셜미디어 형태로 이 플랫폼을 활용했다. 하지만 비대면 사회에 맞춘 다양한 아이디어가 등장하면서 전시·컨벤션이나 원격근무 등 협업, 비대면 교육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이프랜드를 이용해 12월 31일 제야의 종 행사를 열 계획이다. [사진=이프랜드 갈무리]

올해 정부 주요 행사는 메타버스를 통해 이뤄졌다. 과기정통부 제12차 디지털 뉴딜반 회의는 물론, 개인정보보호의 날 기념식 행사 역시 메타버스에서 열렸으며, 메타버스를 이용한 비대면 취업 박람회도 진행했다. 이러한 형태의 행사는 시간과 공간에 제약 없이 비대면으로 열 수 있는 것은 물론, 공간 임대나 안내책자 인쇄 등에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어 효과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특히 웹페이지로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기존 온라인 전시회와 달리, 제품 모습을 가상공간에서 3D로 보여줄 수 있고, 필요에 따라 현장에 있는 직원 아바타와 대화하며 필요한 정보도 들을 수 있다.

메타버스는 MZ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에도 널리 활용됐다. 구찌 등 유명 브랜드는 제페토 같은 메타버스 기반 소셜미디어에 자사 제품을 선보이고, 향후 소비자가 될 수 있는 MZ세대와의 접점을 넓혔다. 또한 메타버스에서 사용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보상으로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등 실제 구매로도 이어질 수 있게 하는 아이디어 역시 등장했다.

단순히 게임으로 활용되던 로블록스 역시 브랜드 홍보관이나 지역축제 현장으로 구현됐다. 현대자동차는 로블록스가 제공하는 게임 개발 기능을 이용해 전기차나 드론택시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가상공간을 구현했고, 영덕문화관광재단 역시 올해 취소된 현장 행사를 온라인으로 대체하면서 현장에서 방문객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이벤트를 로블록스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시도는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과는 달리, 개발 환경이 열려 있어 다양한 서비스를 접목할 수 있는 개방형 메타버스 플랫폼도 등장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메타버스 내에서 쇼핑을 하고, 구매한 제품을 택배 등으로 받을 수 있는 '메타버스 커머스'는 물론, 실제 연예인과 동일한 모습의 아바타가 메타버스 공간에서 공연을 펼치는 등의 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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