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에 빠진 한국] 6월 무역도 '빨간불'...반전 키워드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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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2-06-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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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일까지 한국 무역수지 59억9500만 달러 적자

  • 지난 5월 대중국 무역, 27년 9개월 만에 적자 기록

  • 중국 내 입지 좁아진 한국...수출 다변화 시도해야

5월 23일 오후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월 한국 무역이 적자로 시작하면서 적신호가 켜졌다. 국제 원자재·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한국도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 수지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한국은 지난달 24년 만에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대중국 무역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27년 만에 대중국 무역 적자...6월도 계속
13일 관세청이 발표한 ‘6월 1~1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6월 들어 한국 무역수지는 59억9500만 달러 적자다. 수출은 151억 달러, 수출은 211억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올해 들어 한국은 무역 적자 늪에 빠졌다. 이달 10일까지 누적된 무역 적자는 총 138억2200만 달러다. 월별로는 1월 47억4000만 달러 적자로 시작해 2월 9억 달러, 3월 2억1000만 달러로 흑자 전환했으나 이후 4월과 5월 각각 25억1000만 달러, 17억1000만 달러씩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 적자는 수출 부진이 아닌 수입액 급증세 때문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수출 누적액은 3076억8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하며 호조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10일까지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9% 늘어난 3215억500만 달러로 수출액을 상회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국제적인 가격 상승 여파를 크게 받은 탓이다.

여기에 대중국 무역 추세도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에게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해 한·중 교역액은 약 3015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무역 수지로는 한국이 242억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대중국 무역은 불안세를 보이는 중이다. 올해 한국의 중국 수출액은 1월 133억6500만 달러, 2월 130억3900만 달러, 3월 156억5000만 달러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4%, 16.3%, 16.7%씩 증가세를 보였으나 4월에는 129억4700만 달러로 3.4% 줄고, 5월은 134억1100만 달러로 1.2% 증가에 그쳤다.

반면, 중국으로부터 수입 증가세는 꾸준하다. 1월 중국 수입액은 131억6700만 달러, 2월 103억9900만 달러, 3월 126억1900만 달러, 4월 123억3100만 달러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2.3%, 15.3%, 15.9%, 7.1%씩 올랐다.

5월 대중국 수입액은 전년 같은 달보다 33.4% 급증한 145억8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수출액을 넘어섰다. 월간 기준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4년 8월 이후 27년 9개월 만이다. 당시 한국은 중국과 무역에서 1400만 달러 적자를 경험했다.

6월에도 대중국 무역은 불안한 모양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16.2% 감소한 36억6000만 달러, 수입액은 1.7% 증가한 43억1300만 달러로 무역 적자 6억5300만 달러를 기록 중이다.
 
중국 내 입지 좁아진 한국...수출 다변화 시도해야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하락과 우리의 대응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중국 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8.0%로 5년 전 대비 1.9%p 하락했다. 이는 최근 중국과 무역 갈등 양상을 보인 미국(-1.7%p)보다 큰 폭이다.

한국의 대중 10대 수출 품목은 메모리반도체, 비메모리반도체, 전자집적회로, 무선통신기기 부품, 무선송신기기, 자동 데이터 처리기기 부품, 파라-크실렌, 기타 광학기기, 기억장치, 증폭기 등이다.

김아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원은 “한국의 대중국 수출 10대 품목이 중국 수입 시장 내 점유율 하락세를 보였으며, 특히 중국 수입 비중이 큰 품목에서 점유율 하락 추세가 두드러졌다”며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중국의 수입은 늘어나도 주요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 점유율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의 10대 수출품목에 대한 중국 수입액은 지난 5년간 51.0% 증가한 데 반해 해당 품목에서 중국의 대한국 수입액은 2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해당 품목에서 대만, 아세안 등 다른 국가 점유율은 상승했다.

특히 소비전자기기, 전자부품 부문에서 한국 제품의 수출 점유율은 각각 7.6%, 4.5%씩 하락했다. 여타 경쟁국이 최소 1개 이상의 하이테크 제품군에서 20% 이상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한국은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품목군도 없는 실정이다.

한국이 중국과의 무역 적자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수출 시장과 품목 다변화 시도 △고부가가치 수출 전략품목 발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활용률 개선 등이 제안된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지난해 기준 25.3%로 주요국 중 가장 높다. 대중국 수출에서 10대 주요 수출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39.1%다. 이 중 메모리반도체 단일 품목에 대한 의존도는 20.5%다.

김 연구원은 “한국 수출은 기업 투자와 밀접히 연계되므로 수출시장 다변화는 제조업 분야 해외투자 지역의 다변화와 함께 추진돼야 한다”며 “일부 품목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고 성장성이 큰 중국 내수용 소비재 중심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 중간재 자급화 등 산업구조 고도화는 중간재 위주로 구성된 한국의 대중 수출 확대에 장기적·구조적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의료용품, 화학공업제품 등 부문에서 한국 경쟁력을 높이고 고급 소비재 부문에서도 차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중 FTA 개편 필요성도 제기된다. 2015년부터 발효된 한·중 FTA 활용률은 2020년 기준 64.9%로 한국 평균 FTA 활용률(74.7%)을 밑돈다. 대중국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간재는 지난해부터 관세 인하가 적용돼 아직 효과가 미미한 상황이다.

올해 2월부터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발효됨에 따라 중국과 무역 장벽이 더 낮아져 무역 전환 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무역 전환 효과란 여러 국가가 다자간 무역 협정을 체결해 교역 장벽이 없어질 때 생산비가 낮은 역외국으로부터 수입하던 상품이 생산비가 더 높은 역내국으로 수입처가 전환되는 부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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